이토록 어여쁜 사랑

by 책닮녀

"오늘은 학교 다녀오면 엄마 없을 거야. 간식 두고 갈 테니 챙겨 먹고 학원 가."


아침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리 일러 주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기 전까지 20분가량의 시간이 있다. 그동안 아이들은 집에 와서 내가 챙겨주는 간식을 뱃속으로 순삭 하고는 가방을 바꾸어 매고 빛의 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날은 중요한 미팅이 먼 지역에서 잡히는 바람에 간식을 챙겨놓을 테니 알아서 먹고 학원에 가라고 했다. 5학년, 3학년 즈음 되었으니 사실 그 정도쯤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내 말을 듣고는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큰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엄마! 얼굴 좀 보자!! 응?"


어젯밤에도 같이 있었고, 오늘 아침에도 얼굴을 본 우리 사이에 또 얼굴을 보자니?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는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에는 일터에서 돌아와 항상 아이들의 등하교를 돌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에는 나는 늘 함께 머무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큰 아이는 내게 얼굴 좀 보게 집에 있어주면 안 되냐고 했다.


"아침에도 보고 가는데 무슨 얼굴? 또 학원 갔다 오면 엄마 있을 건데."

아이는 입을 쭈욱 내밀고는 섭섭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

"칫, 그래도 보고 싶단 말이야."

"누가 보면 몇 달 떨어져 있던 사람인 줄 알겠다"

아이들 때문에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는 나는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딸이 얄미워 비아냥 거렸다. 그러자 딸은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며 와락 고백했다.

"나 요새 이상해. 엄마가 너무 좋아. 너무 보고 싶어."

나를 이토록 원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날 저녁 작은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원일과가 끝나서 집에 가는 중이라고 자신의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전화였다. 나는 얼른 오라고 엄마가 집에 와 있노라고 말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벌컥 문이 열렸다. 그러고는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들어왔다.


"엄마~~~!"

평소보다 오래 떨어져 있어서 그랬는지 나도 아이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갔다 왔어? 어서 와."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나는 나가보지는 못하고 고개만 돌려 아이를 맞이했다. 아이는 갑자기 와다닥 뛰어오더니 나를 뒤에서 꼭 안았다. 땀에 젖은 아이는 뜨거운 김을 뿜어내는 아기용 같았다.

"엄마, 보고 싶었어."

나를 이토록 그리워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흔히들 내리사랑이 더 크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쩔 때 보면 아이들이 주는 치사랑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커다랗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가 나를 이토록 애타게 원하고 애타게 그리워하고 애타게 믿어주고 애타게 사랑한 적이 있었을까.

나를 믿고 사랑해 주는 아이들은 때로는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철창 같다. 하지만 그 철창 덕분에 나는 안전하게 나의 생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간다. 또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철창 사이로 새롭게 바라보고 이해하며 성장한다. 아이들이 주는 무한한 사랑은 철창 속에서도 나를 웃게 하는 것. 그 사랑을 먹고 덕분에 내 인생의 꽃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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