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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Aug 04. 2023

부디, 내일은 오늘과 달라서 아름답기를

『우리의 모든 날들』(로맹 베르나르 쓰고 그림/모래알)

우리는 생김새부터 모든 게 달랐지만

조금씩 서로를 알아 갔고, 점점 더 친해졌대.    

      

어느 날 갑자기, 생김새가 다른 이들이 마을에 몰려왔다. 예고도 없이 적당하지도 않은 곳에 우주선을 박고는 터를 잡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들었다.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공유하고, 자신의 추억이 깃든 시간을 내어주고, 소중한 물건을 남겨주었다. 서로는 서로의 모든 날들의 일부가 되었다. 작지만 소중한 일부.     



그림책 속 주인공 에메아저씨는 엄마와 머리 색깔도 눈썹색깔도 다르다. 갑자기 찾아온 외계인 가족들도 그렇다. 외계인 가족들은 에메아저씨와 다를 뿐 아니라 가족들 각각의 모습도 다르다. 머리에 난 뿔도 눈동자도 피부색도 모두 다르다. 가장 가까이에서 피를 나눈 가족들도 모습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법이다. 어느 누구나 고유한 존재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의 기준으로 나의 잣대로 판단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러한 판단을 밖으로 얼마나, 어떻게 드러내느냐에 따라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고 그냥 아무 일 없는 일상이 되기도 한다. 늘 자신의 입장에서 섣불리 정의 내리고는 멋대로 엄청난 간격을 두거나 또는 너무 격 없이 가까워지는 실수를 범한다.  그러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생채기가 되고, 지울 수 없는 상처로 각인되고,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흉흉한 뉴스를 보며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웹툰의 제목이 떠올랐다. 진짜 타인이 지옥일까? 우리는 언제부터 타인이 지옥인 세상에 살게 되었을까? 왜 그런 세상을 만들었을까?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장수하는 할머니들이 많은 동네들을 분석하면 단 하나의 공통점이 나온다. 배산임수니 맑은 공기니 싱싱한 먹거리니 그런 것들은 모두 소용없다. 아니 소용은 있겠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다. 장수의 필수 조건은 단 하나, 연대. 함께의 문화가 잘 만들어진 동네가 장수를 한다는 공통점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생명을 줄이는 가장 큰 적은 외로움이다. 태생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사람이라지만, 그 외로움을 건강하게 느끼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만들어진 곳은 장수한다는 사실. 타인과의 관계가 지속되고 끈끈한 울타리가 되었을 때 사람은 건강한 삶을 영유하는 것이다.           



타인은 때때로 지옥일 때가 있다. 분명 그런 사람들도 그런 상황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타인 없이는 우리는 살 수 없다. 타인을 그저 타인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삶의 장면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걸 기억하기를. 늘 우연히 마주친 모든 사람은 나에게 있어서는 외계인이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가족들도 나의 세계 밖에 있는 외계인이고, 내 뱃속에서 나온 나의 자식도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외계인이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공간도 내어주며 서로의 소중한 것을 나누며 살아간다는 걸, 우리 모두가 기억하면 좋겠다. 그럼 우리의 모든 날들도 하나같이 다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책의 말미에 이런 글귀가 있다.      


“네가 사는 곳을 날마다 잘 살펴보렴. 하루하루는 다 다르지만 모든 날들이 아름다우니까.”      




오늘의 내가 사는 곳은 평소와는 매우 다른 날이었다. 달라서 아름답기보다는 달라서 눈물과 아우성이 뒤범벅이 된 그런 날이었다. 비록 오늘은 그러했지만 내일은 아름답기를 바란다.     


매일매일은 모두 달라서,

오늘과 내일은 다를 거라서,

그래서 아름다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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