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닮녀 Aug 21. 2023

외로움은 윤슬

사랑에 빠지면 없는 것도 구해서 퍼주는 스타일이다. 늘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그 사람의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시간을 통째로 비워두곤 했다. 혹시나 멀리 있어서 오기 힘들면 늦은 시간에도 내가 달려갔고, 총알이 없어 나오기 싫어하는 경우에도 자존심 긁지 않고 살살 구슬려 내 돈을 써가며 만났다. 내가 좋아했으니 그랬다. 그래서 그런지 연애를 하면 나는 닳았다. 몸도 마음도 애달아 닳아버렸다.


사랑을 하면 예뻐져야 하는데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내 삶은 엉망진창 대잔치를 벌일 때가 많았다. 그러다 그런 엉망인 내가 싫어 상대방이 이별을 고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때면 나는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 알코올에 의존해 바닥에 엎드려 지질한 나의 매력을 모두 발산하고 나서야 겨우 두 발로 설 수 있었다. 


조금씩 홀로 서서 제자리걸음을 하노라면 어느새 외로움에 사무쳤다. 지질한 건 괜찮지만, 초라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초라하게 보이기 싫어 나는 그때부터 외로움을 즐기는 척을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돈을 들여 문화생활을 했다. 혼자 먹는 밥은 더 괜찮은 음식으로 대접했고, 혼자 있을 때 더 나를 다지고 싶어서 온갖 학원들을 등록했었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윤이 나고 반짝이기 시작했다. 초라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나를 다듬어가며 빛나고 있었다. 


그러면 어느새 빛이 나는 내게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었고, 나도 다시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다시 사랑에 빠지곤 했다. 혼자에서 다시 둘이 되었고 또 닳아버렸고 나는 다시 엉망진창이 되었다. 몇 번의 반복을 거치며 엉망과 반짝임 사이 그 어딘가를 잘 유지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했고,  적당한 사랑과 적당한 결혼과 적당한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나는 둘이 있을 때보다 혼자일 때, 내가 외로울 때 빛이 난다고 말하고 싶다. 



외로움을 느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물으면 나는 괜찮은 대답을 애써 찾으려고 노력하니까. 작은 것에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을 아낄 줄 아는 사람,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답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혼자 있으면 나는 빛난다. 외로운 시간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보고 나를 가꾸고 나를 사랑해 주기에 나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외로움은 나를 시들게 하고 때로는 사무치는 아픔을 주지만

그 외로움이 내가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비추어준다. 

내게 외로움은 강물에 비친 윤슬.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너의 소중한 유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