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기홀릭

글과 술의 공통점

맥주 한 캔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았더니

by 책닮녀

육퇴 후 냉장고 앞으로 갑니다. 차갑디 차가운 캔을 꺼내어 입구를 땁니다.

"치익~~ 탁!!!!!"

오늘 하루의 피로함을 날려줄, 경쾌한 그 소리를 들으며 컴퓨터를 켭니다. 하얀 바탕에 깜빡이는 커서와 송골송골 예쁜 이슬을 머금은 캔맥주를 보며 문득 술과 글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1. 하면 할수록 잘하게 된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 술을 접한 저는 술만 먹으면 항상 화장실로 가야 했지요. 불편한 속을 견디지 못하고 이제껏 마셨던 술을 모두 토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남들에게 지는 게 싫어서, 약해 보이는 게 싫어서 잘 먹는 척을 했고, 더군다나 얼굴도 빨개지지 않는 까만 피부 덕에 술잔을 권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당시 대학 문화만 해도 선배가 주는데 마셔야지~라는 강압적인 술자리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마시고 토하고 마시고 토하고를 반복했지요. 그런데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술을 좀 마시게 되더군요.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마시고 비우기를 삼 년 하니 저도 웬만큼 술 마시게 되었습니다. 임신과 출산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긴 했지만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쓸 때는 한 줄을 채우기가, 아니 한 줄을 시작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하지요. 하지만 글도 쓰면 쓸수록 잘 쓰게 됩니다. 글력이 붙어 쓰는 시간도 짧아지고, 양도 늘어납니다. 글을 계속 쓰다 보면 표현도 점차 세련되어집니다. 계속 쓴다는 건 잘하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글도 눈여겨보게 되거든요.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글도 실력이 늘게 됩니다. 마시면 마실 수록 늘어나는 주량처럼요.



2. 속마음을 말하게 된다.


이젠 고백할게.

처음부터 너를 사랑해왔다고.

이렇게 널 사랑해.


취중진담 노래 가사 일부분입니다. 술을 마시면 솔직해집니다.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받았던 상처를 꺼내 위로받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섣불리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을 표현하고, 자존심 때문에 드러낼 수 없었던 마음을 무장해제하며, 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들을 술의 힘을 빌어 이야기하곤 합니다.


글도 그러하지요. 글은 장면을 묘사하거나 사물에 대해 말을 하더라도 나를 담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바라보고 느끼는 나의 주관적인 관점과 해석이 반드시 들어가니까요. 글을 쓰다 보면 현재 내 마음속의 이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가진 내적 갈등이 무엇인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위해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글이 꼭 미래를 향하지 않아도 과거의 나를 성찰하며 내가 머물러있는 내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약간의 알코올의 힘을 빌려 고백을 하듯 글로 작은 용기를 내어 봅니다.



3. 과하면 화를 부른다.


"혹시... 자니?"

옛 연인에게 절대 보내서는 안 되는 문자, 보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 연애를 할 때, 술을 먹고 60통이 넘는 전화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2통의 전화만 받지 않아도 거절의 신호인데, 과했던 술이 화를 부른 거지요.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나니 아찔했습니다. 부재중 전화 옆에 60이라는 숫자를 보며 어찌나 눈을 비볐던지요. 제발 꿈이었으면 하고요. 젊은 시절 열열이 사랑했던 추억이라고 곱게 포장을 해봅니다. 술은 그렇게 과하면 화를 부릅니다. 실수를 하기도 하고, 몸과 마음이 아파오기도 하지요.


글도 과유불급입니다. 물론 혼자만 보는 글은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공개되는 글을 쓸 때는 항상 넘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를 논할 때에는, 내가 이 글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한번 더 고려해보고 신중하게 발행해야 합니다. 썼던 글은 물론 수정을 하거나 삭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에 대한 사과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글의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이라고 좋다고 좋다고 과하게 말하면 읽는 사람은 오히려 반감을 갖게 됩니다. 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하고요. 한 발 물러나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좋습니다. 덤덤한 표현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됩니다. 과한 글이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도록 선을 지켜주세요.



4. 함께하면 더 좋다.


요즘에 와서야 혼술이라는 단어가 생겼지요. 저도 혼술을 좋아하기는 합니다.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함께 하면 더 좋은 것이 술 아닐까요? 술은 처음 만나 어색한 사이를 연결해 주기도 하고, 상처가 되었던 일을 희미하게 덮어주기도 하고, 잊지 못할 '인생 짤' 같은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함께 술을 마시고 나면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탓인지, 서로의 인간미를 느끼며 가까워집니다. 물론 그 반대 경우는 조심해야겠지만요.


글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사실 글은 혼자 씁니다. 하지만 그 건너편에 글을 읽는 사람이 있지요. 우리는 누구나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누르고 구독을 누르기를 바랍니다. 나 혼자 쓰는 글이지만 나의 글을 봐주는 누군가가 있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읽으면 더 좋으니까요. 함께 마음을 나누면 더 좋은 영향을 서로에게 주니까요. 또 글을 쓰다 보면 글 친구가 생깁니다. 술친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하고 들어주기도 하듯이, 글 친구와 함께 서로의 글로 위로하고 위로받습니다. 함께하면 술도 글도 더 좋아집니다. 그러니 저와 함께 글을 써봅시다.




술 한잔에 근심 걱정을 담아 털어버리듯,

글 한편에 나의 고민을 담아 털어내세요.

술 한잔에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듯,

글 한편에 마음속 용기를 꺼내보세요.

술 한잔에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전하듯,

글 한편에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보세요.

단, 너무 과하지 않게요.



저도 그렇게 글을 씁니다.

언젠가 술술 써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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