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랑쥐야, 시간을 되돌리는 호떡 배달 안 되겠니?

도대체 뭣이 중헌디

by 책닮녀

#1

띠리리리리

"오랜만에 차 한잔 할까?"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딸아이 친구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아,, 어쩌죠? 저 오늘은 시간이 안되는데,,,"

"그럼 내일은 어때?"

"아,,, 내일도 안되는데"

"OO엄마는 뭐하느라 그렇게 바빠?"



#2

까똑까똑

지인들의 단톡방이 울렸다.

"다음 주 브런치 먹으러 가는 거 어때?"

"좋음 좋음"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봤는데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분위기 좋은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다.

"저는 시간이 안돼요 ~~ 저 빼고 잘 다녀오세요"

늘 그러하듯이 항상 시간이 안된다는 대답에 한 지인이 물었다.

"뭐가 그렇게 매일 바빠? 도대체 뭐하는데?"



도대체 뭐하냐는 질문에 딱히 뭐라고 답할 수 없지만, 진짜 매일 24시간이 바쁘고 꽉 차있다. 본캐는 엄마에 전업주부요, 부캐는 그림책 활동가에 책놀이 강사, 그리고 브런치 작가다. 아이들이 학교로 떠난 오전에 나는 많은 일을 한다. 좋아하는 그림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야 하고, 매주 있을 수업 준비를 해야 하며, 시장조사를 위해 서점에도 가고, 책놀이 강의도 아이들이 없는 이 시간에 한다. 또 나만의 약속이지만 일주일에 블로그 포스팅 몇 개와 쓰는 하루를 위해 브런치 글 발행하기, 매일 독서 30분, 산책과 공상까지. 여기에 본캐의 업무도 소홀할 수 없다. 남편의 셔츠를 사흘이 멀다 하고 다려야 하며, 아주 조금 깔끔 떠는 성격 탓에 매일 세탁기 2,3회, 청소기 1회, 집밥 러버들을 위한 반찬 만들기, 아이들 문제집 채점하기, 갑작스러운 준비물 준비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렇게 매일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



수요일은 책놀이 강의를 하는 날이었다. 출장 간 남편의 빈자리가 새삼 느껴지는 아침. 홀로 아이들을 먹이고 챙겨 부랴부랴 학교로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 어질러진 집을 정돈 후, 수업 준비를 했다. 온라인 강의는 코로나 이후 계속해오고 있지만, 이번 학기에는 새로운 수업내용을 강의 중이다. 그래서인지 수업 전 준비할 것도 많고, 나 역시도 많이 긴장하는 듯하다. 10시에 시작한 강의는 11시에 한 번의 쉬는 시간을 거친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하여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면 안도감이 나를 감싼다. 열심히 준비한 내용들이 수강자분들께 잘 전달되어 뿌듯한 맘이 차기 시작한다. 어제도 1교시 수업을 끝내고, 보람찬 마음으로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졌다. 핸드폰 시계를 본 순간, 아차, 불현듯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오늘은 큰 아이의 공개수업이 온라인으로 있는 날이었다.

시간은 10시 20분부터 11시까지. 하........ 정말이지 속이 갑갑했다. 왜 이제야 생각이 났는지, 물론 강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온라인으로 접속만 하려고 했다. 출석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혹여나 엄마가 안 들어온 걸 아이가 알아차리고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을 끝내고 아이를 만나러 갔더니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


"엄마 공개 수업 들어왔어?"

"아,,, 아니,,,,미안해. 엄마 오늘 수업 있는 날이라."

나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의 큰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랐다.


분명 어젯밤에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새벽까지만 하더라도 내일 접속만이라도 해야지 생각했는데, 수업의 긴장감이 풀어지는 쉬는 시간에, 공개수업이 끝난 시각에 딱 떠오를게 뭐람. 빨간 토끼눈이 된 아이를 태권도에 들여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동화책 '소원 떡집'에 나오는 '시간을 되돌리는 호떡'이 떠올랐다. 왼쪽으로 돌려먹는 만큼 시간이 되돌려지는 신비한 힘을 가진 떡. 한 입만 왼쪽으로 돌려 먹으면 될 텐데.... 꼬랑쥐에게 부탁이라도 하고 싶었다. 동화책 속 종호에게 주었던 호떡을 나에게도 보내달라고, 아니면 종호에게 조금 나눠달라고 부탁할까?종호라면 나의 마음을 알 테니까. 김리리 작가님께 진짜 그런 호떡 안 파냐고, 없다면 만들어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다. 공개수업 참관이 큰 일은 아니지만, 매사에 최선을 다 하는 딸아이가 얼마나 간절히 엄마가 지켜봐 주기를 기다렸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에 마음이 미어졌다. 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방법만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도대체 뭣이 중헌디? '

아이에게 집중하기 위해 그만두었던 직장. 그런데 내 일을 하느라 정작 아이의 일을 아이의 맘을 돌보지 못했으니,,, 내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혼자 바쁜 척은 다하고 다니면서 실속은 없는 멍텅구리가 된 것 같아서 속이 상하고 쓰렸다. 아이는 태권도에서 한바탕 놀고 오더니 툭툭 털어냈다. 다음번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며 나에게 약속을 건네었고, 나의 진심을 담은 사과를 받아주었다. 온기가 느껴지는 포옹으로 오히려 나를 감싸주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완벽하게 해 내고 싶어서,

스스로를 다그치다 보니

중요한 걸 놓쳐버렸다.

물론 누구나 실수하고 빠트릴 수 있지만,

바빠서, 바쁘다는 핑계로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고 사는 게 아닌가

뒤돌아 보게 된다.

현실세계에는 꼬랑쥐도 없고

소원 떡집도 없고

그런 신박한 호떡은 절대 없기에

여전히 바쁜 와중에

잠시 나에게 중요한 것을 챙겨본다.

가족, 일, 꿈.

서두르지 않고 지나치지 않도록.

도대체 뭣이 중헌 지를

차분히 바라보고 곰곰이 생각하고

흠뻑 빠져 사랑하며 살아가 보자고

나에게 다짐한다.





덧: 딸아. 정말 미안해. 엄마는 항상 열심히 하는 네가 자랑스러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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