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갈 수 없는 병원

자식이 아픈데... 부모인 나는 병원조차 데려갈 수 없다.

by 책닮녀

지난 토요일부터 아이가 아프다. 38도를 넘나드는 열이 나면서 괜히 마음이 복잡 복잡해졌다. 코로나는 아닐까? 혹시,,, 설 연휴,,, 혹시 엊그제 태권도,,, 찝찝한 마음에 얼른 자가진단 키트를 꺼냈다. 아이를 붙잡고 콧구멍에서 눈을 뚫고 지날 만큼 훅훅 10번을 휘저었다. 15분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 음성. 연휴 내내, 그리고 연휴 이후에도 가족들과 계속 같이 있었는데 혼자만 아픈 아이. 괜찮아지겠지, 보통 열은 만 3일은 가야지 뚝 하고 떨어져 나가니까. 초보 엄마 티 내지 말고 집에서 요양이나 잘하자는 마음으로 보살폈다.


그런데 어제 아침, 아이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밥을 거의 먹지 못하고 배가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아이를 데리도 동네 소아과에 갔다. 소아과에서는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하고 왔지만, 진료를 봐줄 수 없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돌봐야 하는 직업이니 의사 선생님의 태도를 뭐라 비판할 순 없었다. 청진기로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고, 콧구멍과 귓구멍을 확인해 보고, 배를 눌러 확인할 순 없다고 했다. 굳건한 유리막 뒤에에서 나의 증상을 듣고 그저 약을 처방해주었다.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모든 게 다 조심스럽다고 했다. 감기와 유사한 증상인 코로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PCR 검사를 하고 내일 결과를 받아오면 진료를 해주겠다고 했다.


2월 4일부터 신속항원검사로 검사체제가 바뀌면서 신속항원검사를 직접 실시하여 양성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PCR 검사는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검사를 꼭 받고 싶다면, 10만 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소아과 선생님은 보건소에 가서 사정을 말하고 PCR 검사를 진행하라고 일러주었지만, 막상 돌아와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보니 신속항원검사가 음성으로 나올 경우 PCR 검사는 할 수 없다는 정해진 정책 그대로의 답변이 돌아왔다.


호흡기 전문 병원에서는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해준다는 말에 혹시나 전문가가 하면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PCR 검사를 받으라는 소견서를 써주지는 않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소아과에서 퇴짜를 맞고 집에 가서 잠깐 눈을 붙인 아이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먹은 것 없이, 곧 탈진할 것 같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11시였다. 병원에 들어서자, 오늘 검사는 예약이 마감되었다는 말이 돌아왔다. 고작 11시였는데, 오후 6시까지 모두 완료되어 내일 아침 일찍 내방하라는 답.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해줄지 안 해줄지도 모르는 PCR 검사 때문에 추운 날씨에 아픈 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다닐 수가 없어, 집에 있던 자가진단키트를 한번 더 사용했다. 혹시 너무 살살 찔러서 결과가 안 나왔던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맘에 눈물이 찡하도록 열 번씩 면봉을 쑤셔댔다. 그래, 마구 쑤셔댔다는 표현이 딱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이쯤 되니 혹시 코로나가 아닐까? 그럼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사로 잡혔었다.

결과는 음성. 두 번의 검사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아이를 받아주는 병원은 없다. 아이는 복통을 호소하는데, 아프다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부모인 나는 병원조차 데려갈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응급실에라도 가 볼까 전화를 걸었다. 가까운 거리의 S병원 응급실. 이미 환자가 너무 많아 지금 내원할 경우 최소 4~ 5시간 정도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C병원의 응급실은 소아과 병동에서 열이 나는 환자는 격리하여 치료하는데, 이미 만석을 이루고 있어 방문하더라도 진료 거부를 당할 수도 있단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이 현실에 참담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우리 아이는 괜찮을지,,,,


PCR 검사 체제가 변경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서 서툴고 부족하다고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역할을 미루는 건 납득할 수가 없다. 이제 코로나 진단과 치료 모두 동네 병원에서 하면 된다고 발표를 해 놓고서,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면 소견서를 가지고 검사소를 방문하면 된다고 해 놓고서, 막상 동네 소아과에서는 소견서를 써 주지 않고, 진료도 거부한다. 응급환자를 받아 치료하는 응급실에서는 몇 시간씩 기다리거나 심지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응급처치라는 제 역할을 잃어버렸다. 검사소에서는 아픈 환자에게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


아이는 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내일 점심시간이 되면 만 72시간이 지난다. 아이의 상태가 호전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제발, 내일 아침 응급실 문 앞에서 아픈 아이를 엎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나를 마주하지 않기를.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기를. 우리 모두 건강하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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