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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Feb 27. 2022

호.박.고.구.마! 호박.고구마! 호박고구마!!!!!!

"고구마 호박, 고구마 호박 몰라? 호박 맛 나는 노란 고구마"

"고구마 호박이 아니라 '호박고구마'요"


"호.박.고.구.마! 호박. 고구마! 호박고구마!"



거침없이 하이킥의 유명한 장면, 나문희의 버럭 장면.

너무너무 화가 나서 버럭 하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

나는 오늘  "호.박.고.구.마! 호박.고구마!호박고구마!"하고 외치고 싶었다.



오랜만의 캠핑으로 들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들의 생일. 캠핑 떠나기 전 생일상을 차려내야 한다. 새벽 6시에 눈을 떠 뜨거운 물에 온천을 마쳐 둥둥 떠오른 반죽을 건져 올려 수수에 굴리고, 참기름을 한 바퀴 돌려 각기 다른 재료를 사이좋게 버무린 우리 인생 같은 잡채를 만들고, 달콤 짭짤 양념에 부끄러운 듯 발그스름하게 물든 불고기를 프라이팬에 지지고 볶았다. 미리 끓여놓은 미역국까지 데워 생일상을 차려냈다.


 그리고는 정신없는 테트리스(캠핑을 가기 위해 트렁크에 짐을 차곡차곡하는 것을 말하는 용어랍니다. 다들 어릴 때 테트리스 좀 해보셨죠잉?)를 끝내고, 빛의 속도의 설거지를 끝낸 후, 로봇 청소기 모드로 설정을 마치고 나서야 차에 몸을 실었다. 정신 없었지만, 좋았다. 캠핑가니까!



얏호!! 드디어 캠핑이닷~! 이 얼마만의 캠핑인가

머리 가르마를 1대 9로 바꿔주는 이까짓 소소한 바람 즘이야! 하며 아이들과 '회전목마'를 떼창 했다. 그리고 캠핑장에 들어가기 전,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근처 마트로 향했다. 앗,,, 그런데,,,, 오늘은 한 달에 두 번 있는 휴일. 삐그덕 대기 시작했다. 마트가 문을 닫은 게 내 잘못은 아니지 않냐며, 남편은 미리 확인해야 하지 않았냐며 서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뭐 하는 수 없이 근처 다른 마트로 향해 대처를 하고는 캠핑장에 갔다.


열심히 짐을 내리고 있는데, '팍, 툭'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 3열의 안전벨트 꽂이가 떨어져 나갔다. 짐을 내리며 남는 힘을 좀 썼더니 가차 없이 떨어져 나가는 연약한 플라스틱 같으니라고. 현대에서는 왜 이렇게 약하게 차를 만들어가지고 부부싸움을 야기하는가 생각이 들기도 전에, 남편은 불같이 화를 냈다. 쳇, 할 말은 없었지만 나도 화가 났다. '차가 중요해? 내가 중요해? 선택해.'라는 유치한 말도 내뱉을 뻔했다.


그런데 오랜만의 캠핑이어서 너무 설레었나 보다. 빠트린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겨울이면 난로를 꼭 피우고 자야 하는데, 난로의 열이 건조해서 난로 위에 물을 계속 끓여야 한다. 그런데, 지난번 캠핑을 다녀온 후, 깨끗이 세척하여 싱크대 안쪽에 고이 모셔 두고 온 것이 그제야 떠오른 것이다. 남편은 오늘 왜 그러냐며 또 한 마디를 했고, 나도 화가 났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림책 『오늘도 화났어』의 주인공처럼, 화내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오늘도 화났어』의 주인공은 늦잠을 자서, 피망을 남겨서, 화분을 깨트려서, 자신에게 화를 내는 엄마, 아빠를 보며 화내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막상 떠나보니 심심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왜 화를 내는지, 어떻게 하면 안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나도 잠깐 아무도 화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고요하고 조용한 곳, 하지만 주인공이 이내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왔듯이 나는 받아들였다. 화라는 감정도 우리가 느끼는 기쁨이나 희망, 환희 같은 감정과 똑같은 감정의 일부일 뿐이라는 걸 알기에. 화는 나쁘지 않다. 다만 화가 날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남편의 표현은 그리 현명하지 않았지만, 화가 났던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나쁘다고 생각하고 꼭 꼭 숨기는 것보다는 드러내는 것이 맞다. 다만, 나와 상대방이 상처받고 상처 주지 않는 방법으로 감정을 뱉어낸다면, 그보다 건강한 삶은 없을 것이다. 화내지 않고 사는 사람보다 오히려 건강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화를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호박고구마라고 외치기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만의 화 잘 내는 비법 있으신가요?



'링가 디움 레비오사!'라고 나만의 주문을 외우시나요?

1,2,3,...... 100까지 숫자를 세시나요?

'나, 잠깐 나갔다 올게. I'll be back.'이라고 말하시나요?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중독성 강한 노래를 되니이나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하고 기도를 하시나요?



저는 현명하게 화를 내고 싶어서,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그림책을 봅니다.

'화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자신만의 꿀팁 좀 나누어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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