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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Mar 06. 2022

진짜... 괜찮을까?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는 수밖에. 제발 희망을 놓지 말아요.

『난민, 세 아이 이야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맞닥뜨린 전쟁. 난민이 되어버린 세 아이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 매우 두꺼운 책이다. 우연히 맘까페에서 좋다는 평을 본 적이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 빌려왔다. 저 두꺼운 책을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생각과는 달리 정말 빠져들었다.


사실, 요즘 시대를 사는 젊은이 누구나 그러하듯, 전쟁은 역사교과서에서나 접해봤다. 끔찍했던 6.25 전쟁이라고 어른들이 이야기하실 때면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들이라고 치부해버렸다. 피난길에 헤어진 이야기, 먹을 것이 부족해 훔쳐먹고, 어제의 동지에게 총을 겨누는 이야기들은 그저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진짜 그랬다. 인생은 어쩌면 아이를 낳기 전과 낳기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 말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연히 달라졌다.


어쩌면『난민, 세 아이 이야기』라는 책을 싱글일 때 만났더라면, 그리도 끔찍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리도 빠져서 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한 발짝 떨어져 보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갑작스레 생각지도 못한 전쟁상황에 처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고, 형제자매들이 헤어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에게도 언제나 들이닥칠 수 있는 이야기들. 우리 가족도 전쟁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설령 누구 하나 낙오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아이를 낳고 나니 세상을 보는 눈이 그렇게 바뀌어 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그랬다. 육아를 하는 엄마들의 공통점은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는 것. 텔레비전은 늘 꺼진 상태로 있고, 인터넷 뉴스를 수시로 확인하지 않으니 그날 저녁 신랑이 퇴근하기 전까지 전쟁이 일어난지도 몰랐다. 뒤늦게 세계가 하나 되는 지구촌 사회에 전쟁이 웬일이야 하며 텔레비전을 켰을 때,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따뜻한 보금자리를 두고 도착지도 모르는 곳으로 무작정 떠나야 하는 모습, 아이를 품에 안고 불안한 눈동자를 한 모습이 맘에 걸렸다. 마치 나 같아서, 우리 같아서. 『난민, 세 아이 이야기』에서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그 모습이 눈앞에 떡하니 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믿고 싶지 않지만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적은 금액을 기부하고, 마음을 다해 기도하는 것 밖에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하나를 하기 위해 그림책을 펼쳤다. 시드니 스미스의 『괜찮을 거야』.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주 작은 존재인 우리에게, 두려움과 불안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책.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이 책을 속으로 나지막이 읽어주는 일이라도 해 본다. 들리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건네고 싶어서.



사람들은 너를 보지 않아.
커다란 소리로 겁에 질리게 해.
그럴 때마다
넌 어쩔 줄 모르지.
...
하지만 나는 너를 알아.
너는 괜찮을 거야.



책을 읽으면서도 '진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괴롭히지만, 부디 괜찮기를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몇 곳에서 휴전 선언을 했다고 뉴스가 들려온다. 그러나 아직도 전쟁은 진행 중이다.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의 사진이, 대피소에 줄지어 앉은 아이들의 사진이 더 이상 찍히지 않기를 바란다. 역사의 현장에 가느라 바쁜 기자들이 할 일이 없어지기를. 아픈 사람들을 돌보느라 밤낮없이 일하는 의료진들이 푹 잠들 수 있었으면...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무섭고 아픈 나날들이겠지만, 그림책처럼 따뜻하게 껴안아 줄 날이 빨리 오기를.

전쟁을 겪어 보지도 않은 네가 무엇을 알겠냐고 배부른 소리 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나는 너를 아는데,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더 많은 아픔을 낳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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