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만이 살 길이라고?

즐기는 사람도 이기는 노력하는 사람

by 책닮녀

4학년이 된 큰 아이는 1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왔다. 유치원에 다닐 때, 친구들이 피아노를 배우러 가면 자신도 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7살 때 언니가 피아노 배우는 것이 부러워서 무작정 피아노를 배우러 갔다가 학을 떼는 바람에, 체르니 40번까지 배웠어도 지금은 '학교 종이 땡땡땡' 밖에 양손 연주를 못하는 나로서는 허락을 해 줄 수가 없었다. 작은 손으로 건반을 치느라 힘에 부쳐할 때마다 손등을 탁탁 때리던 차가운 손길이 너무너무 무섭고 싫었기 때문이다.(물론 요즘은 이런 스파르타식의 교육은 잘 찾아볼 수 없지만요^^;;)



아무리 빨라도 학교에 들어가서 한글을 완벽히 이해하고 악보를 스스로 볼 줄 아는 8살은 되어야, 악기 교육을 시켜주리라 다짐을 했었다. 그렇게 간절히 원한 배움이 어서 그랬을까? 아이는 피아노에 흥미를 많이 보였다. 학원에서 배우고 온 곡을 집에 와서 다시 연주하며 나에게 들려주었고, 스스로 이곡 저곡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이 되면서는 힘들고 지칠 때 찾는 친구처럼 피아노를 찾았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아이는 콩쿨에 나가는 언니들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아이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서는 바이엘 4권을 모두 배워야만 콩쿨에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참여하는 인원도 선착순 최대 4명으로 제한하고 있던 것. 좀 더 퀄리티 있는 연주를 위해 약간의 조건을 두고 콩쿨 참가 신청을 받고 있었다. 1, 2학년 때는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바이엘 4권 떼기가 오래 걸리네요;;;) 나갈 수 없었고, 3학년에는 꼭 나가야지 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 바이러스 폭탄으로 경연이 열리지 않아 도전할 기회조차 없었다. 조금씩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일상을 찾아가면서 드디어 콩쿨 참가 기회가 찾아왔다.



출사표를 던진 아이는 올해 1월부터 어제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평일에는 매일 같이 피아노 학원에 갔다. 주말에도 집에서 매일 피아노를 쳤고, 한 번도 숙제를 빠트리지 않고 했고, 한 번도 지각을 하지도 않았다. 처음 아이가 곡을 받아왔을 때,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다. 오로지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을까? 아이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완곡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처음과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대회 날이 다가오자 아이는 바짝 긴장을 했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마음만큼, 상을 받고 싶은 간절함도 컸다. 대상은 아니더라도 우수상이라도 받으면 좋겠다는 아이에게, 너는 이미 대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고 말해주었다. 처음의 네 실력에 비하면 너무나 큰 성과를 거두었고, 오랫동안 꾸준히 연습해 온 시간은 이미 너를 보상해주고 있다고.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연습했던 것처럼 연주하면 된다고.




그렇게 덤덤하고 자신 있게 말해 놓고선, 막상 대회장에 발을 내디디니 발이 동동거렸다. 아이에게는 티를 안 냈지만 '실수하면 어떡하지? 상을 못 타서 아이가 실망하면 어떡하지? 울면서 내려오면 어떡하지?' 갖은 걱정이 나를 마구 괴롭혔다. 대기실에 들어간 아이의 차례를 기다리며, 작은 아이에게 '누나가 실수만 안 하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확신에 찬 표정으로 작은 아이가 말했다.


"엄마, 누나 실수 안 해."


그래, 맞다. 아이가 열심히 노력한 시간들이 든든하게 지켜줄 텐데, 아이의 실력을 그대로 증명해 줄 텐데, 나는 무엇을 믿지 못하고 이렇게도 흔들렸던 걸까. 다시 아이를 믿고 기도를 했다. 연습한 만큼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게 아이를 응원해 달라고.



무대 위로 올라온 아이는 많이 떨고 있다는 걸 엄마인 나는 느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하게 연주를 이어갔다. 약간의 실수도 있었으나 연습한 만큼 기량을 뽐내며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위해 시간의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고, 자신만의 색깔로 장식하는 모습이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그 무대에서 들려주는 피아노 선율은 원작자가 울고 갈 만큼 고운 소리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는 속담을 참고로 알려드립니다.)



콩쿨을 준비하는 동안 힘들 때도 많이 있었다. 학업과 병행하며 진행한 3월에는 더더욱 그랬고, 뜻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족들에게 찾아와 격리를 했을 때도 그랬다. 그럼에도 아이는 연습만은 놓치지 않고 꾸준히 해냈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자가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즐기기만 하고 연습하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달콤한 무대는 없지 않았을까? 물론 연습하며 즐긴다면 금상첨화일 테다. 하나 끝없는 연습은 피나는 노력과 뼈를 깎는 고통을 동반하는 법이기에 꾸준함의 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아이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두둥. 아이의 콩쿨 결과가 발표되었다.

준대상. 1등 대상은 한 명, 준 대상은 10명이었다. 백 명까지는 아니지만 백명에 가까운 몇십 명이 참가하는 커다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까지 거둔 아이.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하면 될까?'를 고민하는 나에게, 갈팡질팡하는 나의 인생에 명확한 해답을 알려준 나의 인생 선생님.

그녀에게 축하하고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근데 우리 다음에는 실수하지 말고, 대상 가즈아~~!(feat. 엄마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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