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한 어느 날, 나는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예고도 없던 가족회의라는 말에 어리둥절 식탁에 앉은 네 식구. 나는 회심에 찬 미소를 띠며 말했다.
"새해도 밝았는데 우리 가족들끼리 도전할 무언가를 정해보려고 해. 엄마 마음대로 정할 수도 있지만 가족회의를 통해서 결정하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어때?"
아이들은 가족회의라는 말을 듣고는 무언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대하며 눈을 반짝였다.
"좋아."
"나도 찬성."
신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찬성을 했다.
"자, 2022년에는 가족 모두가 함께 도전하고 달성해보자. 연 4회 마라톤을 하거나, 연 6회 등산 중에서 어떤 게 좋을까?"
가족회의라는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나는 이미 내가 정해놓은 선택지를 슬며시 건넸다.
"당연히 마라톤이지!"
"등산보다는 마라톤이 훨씬 낫지."
앗싸! 걸려들었다. 둘 다 싫어라는 말만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아직은 때가 덜 묻은 아이들은 둘 중 더 나은 것을 찾기 위해 핏대를 세웠다. 등산보다는 그냥 평지를 걷는 게 더 나았던 아이들은 마라톤을 선택했다.
"등산도 좋지 않을까? 마라톤은 10km 달성해야 해.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연 4회를 통해서 10km를 달성하는 게 목표야. 등산은 그런 제한은 없고, 그냥 우리 코스에 맞게 넘기만 하면 되거든"
나는 배려하는 척 마라톤의 구체적인 목표를 흘렸다. 순수 하디 순수한 아이들은 마라톤을 선택했고, 그렇게 만장일치로 연 4회 마라톤 도전이라는 결론에 땅땅땅 책상을 치며 가족회의를 마무리했다.
연초에 마라톤 도전을 결정하고는 날씨가 추워서 마라톤 연습을 하지 못했던 우리는 3월부터 조금씩 연습을 시작했다. 일요일 아침, 새벽 7시에 온 가족이 집 근처 강가를 걸으며 본격 연습에 돌입했다. 처음 연습 때는 5km, 두 번째 연습 때는 7km를 달성했다. 조금씩 적응해 가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드디어 오늘 결전의 날이 밝았다.
나와 신랑은 10km를 신청하고 아이들은 자유코스를 신청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년 전 5km 가족 마라톤을 신청했다가 아이들이 힘들어했었기에 이번에는 욕심부리지 않고 자유코스로 신청하고 우리부부만 번갈아 달리려고했다. 그런데 막상 두번의 연습을 통해 잘 따라오는 아이들을 보니 욕심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10km는 무리라고 처음에 투덜댔지만 나의 화려한 언변술에 또다시 홀딱 넘어오고 말았다.
"인생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엄마가 말했잖아~ 예전에 너 등산할 때도 엄청 힘들어했던거 기억나지? 근데 정상에 갔을 때 어땠어? 위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는데 진짜 뿌듯했지? 정 힘들면 하다가 천천히 가거나 돌아가면 되니까 일단 한번 해보자. 10km라고 맘을 먹어야 할 수 있는 거니까! 벌써 3km나 왔어. 5km 반환점만 찍으면 돌아가는 건 어떻게든 가게 되어있어."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동기 부여를 해주었다. 그리고 가는 내내 지치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학교에서의 이야기, 재미있는 TV 프로그램 이야기, 그림책에서의 한 장면을 찾는 이야기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끊임없이 던져주었다. 잘한다 잘한다 칭찬을 해주고 긍정 마인드를 팍팍 심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5km 반환점을 돌았고, 기록은 그리 좋지 않지만 끝까지 포기하거나 낙오자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10km를 달성했다.
아이들의 10km 도전은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작은 성공이 모여서 큰 성공이 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아주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때로는 큰 일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별 것일 수도 있고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10km 마라톤의 성공이 아이에게 다른 힘든 일을 닥쳤을 때, 더 멀리 내다보고 도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가족이 다함께 땀흘려 무언가를 성취해 낸 그 시간들이 내가 삶에 지친 어느순간 화이팅을 불러오지 않을까?
이렇게 또 작은 성공을 경험하다 보면 언젠가는 큰 성공도 불러오는 날이 있지 않을까? 오늘도 작은 성공을 이루어 낸 우리 가족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열심히 달린 보상으로 첫째는 치즈 계란말이를 주문했고, 둘째는 명란 계란찜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하하. 이리도 순수하고 귀엽고 멋진 아이들의 부탁을 어찌 안 들어줄 수가 있겠는가. 11시 전에 장바구니에 담아야 내일 아침에 배송되기에 치즈와 명란을 담으러 쇼핑몰로 떠나야겠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