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보다는 믿음으로
2021년에는 결과물을 내고 싶었다. 될 거라고 마음을 다 잡으며 달려왔던 내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젊은 날, 아나운서 시험에 낙방하며 높다란 벽을 마주하고는 다시는 벽 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는데, 또다시 높은 벽 앞에 서서, 넘어가기 위해,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높이 던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아무리 던져 보아도 어느 곳에도 걸리지 않고 허무하게 떨어지고야 마는, 그래서 이제는 던지지도 못하고 밧줄만 잡고 이리 꼬고 저리 꼬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무작정 벽에 다 대고 밧줄을 던졌을 때는 희망과 용기가 부풀어 올랐었다. 그래서 갈고리가 아무 곳에 걸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다시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갈고리를 처음 사용해 봐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걸릴 때까지 던질 거니까. 갈고리를 바꾸거나 밧줄을 바꿔서라도 걸리게 만들고 말 거라고 굳게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 벽은 진짜 철벽이었다. 벽에 참기름이라도 바른 마냥, 그래서 해와 달 동화 속 호랑이가 미끄러져 떨어지는 마냥 도저히 오를 수가 없었다. 그런 현실이 나를 형편없이 작게 만들었다. 그다지 커다랗지도 않은 횡단보도에서도, 아파트 출입문에서도, 나의 책상 앞에서 조차도 나를 아주 아주 작고 보잘것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리는 아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는 막막하고 답답한 날들. 커다란 벽 앞에 서기 전에는 그 어떤 무엇이라도 시도했는데... 무한의 계단처럼, 무한의 높이를 가진 이 벽은 밧줄을 던져서는 도저히 넘을 수가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벽보다 더 단단한 나로 깨부수어야 한다. 벽을 타고 넘으려고 하지 말고 깨트려 산산조각 내어야 한다. 그래야 높은 곳에서 떨어지지 않을 테고, 다시 벽을 넘어 내려가는 데 아등바등하지 않을 테니까. 깨부수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한 발짝 내딛기 위해서.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
정답은 나를 향한 믿음.
『백만장자 메신저』라는 책에서 작가는 '잠재력은 자신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 달려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래, 어쩌면 철옹성 같은 벽을 마주하고 나서 나는 나를 향한 믿음마저 잃어버린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어주겠는가. 내가 나를 응원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응원해주며, 누가 나를 사랑해 주겠는가.
단단한 그 벽을 깨부수는 데에 엄청난 힘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를 향한 믿음이 있다면 그 벽은 어느 순간 실금이 가고, 작은 균열이 생겨 커다란 구멍 하나 즘은 만들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를 믿고 나를 응원하고 나를 사랑하자.
두려움 대신 믿음을 택하자. 믿고, 그 믿음에 보답하자.
더 단단해진 내 마음으로 커다란 벽을 내리쳐 본다.
희미하지만 옅은 금이 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