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하루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생각대로, 꿈꾸는대로

by 책닮녀

작년 6월, 엄마의 첫 문장이라는 글쓰기 모임을 하며 받은 글감. 내일 하루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 인생극장의 주인공이라도 된 마냥 고민에 빠졌었더랬다. 그때 나의 선택은 친정이 있는 부산에 가는 것. 엄마 아빠께 말씀드리지 않고 무작정 집으로 가서는 '서프라이즈'를 해보고 싶다고 막연히 그려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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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꿈꾸는 만큼 이루어진다고, 상상만 하던 그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얼마 전, 코로나 후유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퇴원하신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나는 엄마이니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다. 주말 일정이 없는 이번 주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 없어 신랑을 졸랐다. 신랑도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신랑과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이동시간도 길어질뿐더러 엄마,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아이들을 케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라 꼭 혼자 가고 싶었다. 혼자 아이들을 봐야 하는 신랑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는 부산으로 출발했다.



기차에 몸을 싣고 달릴 때만 하더라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부산역에 도착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도 설렘과 행복함이 마구마구 삐져나왔다. 집에 도착해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보며 엄마, 아빠는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궁금했다. 드디어 도착한 나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침 현관 앞에 있던 엄마는 나를 보며 깜짝 놀라셨다.


"니가 와 여기 있노? 우째 왔노?"

"왜 오면 안되? 엄마 아빠 볼라고 왔지~"

떠나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는 나의 모습 뒤로 엄마는 눈을 떼지 못하셨다.

"애들은? O서방은?"

"혼자왔는데?"

이미 깜짝 놀라서 동그래졌던 엄마의 눈은 더 똥글해졌고, 눈에는 걱정과 근심이 들어찼다. 혹시나 내가 남편과 싸우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얼굴이셨다. 무슨 일이 있냐며 진짜 왜 왔냐며 재차 확인하는 엄마. 자주 부모님을 뵈러 왔어야 했는데, 결혼하고는 특별한 일 없이 처음으로 방문한 터라 엄마는 좋으면서도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셨다. 아빠를 보러 온 거라며, 엄마 옆에 사는 언니와는 미리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상황을 설명하자, 엄마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셨다.


때마침 창밖을 내다보니 아빠가 운동을 마치고 들어오시고 계셨다. '아빠~~!'하고 부르자, 헛것을 본건가? 하는 표정의 아빠 얼굴. 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하신 아빠의 첫마디.

"진짜네!"

아빠를 보러 왔다고 하니, 아빠도 역시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셨다. 한참 설명을 하고 나자, 딸이 오니 좋긴 좋다며 아빠가 먹고 싶은 것 다 사주겠다고 하셨다. 역시 친정이 좋긴 좋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빠 엄마와 맛있는 점심도 먹고, 쇼핑도 하고, 아빠 옆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엄마 팔짱을 끼고 바닷가 산책도 했다. 체류시간으로는 24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고, 늘 꿈에 그리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져서 황홀했다.

맘만 먹으면 떠나는 부산인데, 마음먹기가 어려워 늘 미루기만 했던 일. 어제 새벽에 부산으로 출발해 오늘 다시 집으로 돌아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가 부산을 다녀왔다는 게 꿈만 같다. 언젠가 하리라 마음만 먹고 생각만 하던 일이였다. 아빠가 아프시면서 혹시 내가 마음을 먹을 때까지, 준비가 될 때까지, 부모님이 기다려 주시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실행을 하게 되었다. 비록 나쁜 일이 오기는 했지만 그 일 덕분에 나는 더 좋은 일을 이루게 되었다.


아직은 아이들에게 나의 손이 많이 필요한 터라 빠른 시일 내에 또 가지는 못하겠지만, 조만간 별일 없이 놀러 가는 일을 또 만들어 봐야겠다. 부모님과의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가슴에 새기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부디 나의 서프라이즈가 또 이루어질 수 있게 오래오래 머물러 주시기를.




단 하루의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꿈꿔보세요. 그려보세요. 내가 그리는 대로 이루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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