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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접히는 순간

98 : 2

by 모호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오갔건,

진짜 그 마음을 얼마나 느꼈건..

난 이제 아니다 싶으면 오래 만날 마음이 없다.

시간낭비를 하는 기분과 관계가 더 깊어진 후에 올 고통이 싫기 때문이다.



말뿐인 사람이 정말 싫다.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더군다나 싫다.


이 두 가지를 멋지게 소화해 내는 너에게 실망했고

조금씩 마음이 떨어져 나간다.



연애를 하다 보면

기대가 처음 접히는 순간이 꼭 있었다.



시작은 미미하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나와의 약속 시간에 늦는다거나

나와 있을 때 딴 여자를 바라본다거나..

또는 나에게 아무 상의 없이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한다거나..



그 순간에 콕 집어 화내며 따지고 말할 순 없지만 분명 어긋났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내게 있어 아니다 싶은 부분이 아무리 작아도 그 꼬리를 내비치고 보이기 시작하면,

사실 그 문제 때문에 결국은 헤어짐의 길로 접어든다.

그때부터 끝이 언제 오냐는 시간문제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사람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런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




정말 모르겠다..

나에게 술을 좋아하는 사람 = 믿을 수 없는 사람이란 인식을 새겨준

그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원망해야 하는 걸까

둘 다라는 게 맞는 걸까?


몰랐다면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을 것이고

이젠 알기 때문에 아무나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마음 같아서는 정말 밉다.

거의 트라우마에 가까울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괴롭다..

나도 이러기 싫다.

좀 더 아무것도 안 따지는 사람이고 싶다.

아니면 진짜 완전 깐깐하고 똑 부러져서 제대로 된 사람만 만나는 사람이거나.



몇 번 더 만나보고.. 결정을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접힌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기대를 접으면 접을 수록 마음도 멀어져간다.


illust by moho


연인 사이에 100중에 98개가 잘 맞고 2개가 치명적으로 맞지 않는다면,...

그건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2%가 나머지 98%를 무색하게 만들정도로 큰 이유라면,

충분히 헤어짐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걸까



나와 안 맞는 단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난 지금 너무나 냉랭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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