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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호 Oct 04. 2017

중독

난 어렸을 때부터 항상 무언가에

쉽게 중독되곤 했다.


예를 들면 만화, 연예인, 먹을 것, 노래 등

한 가지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 노래에 빠지면 정말 몇 백번은 듣는 편이다.

영화같은 경우도 좋아하는 장면을 수십 번씩

돌려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내가 빠진 몇가지 중독은

나를 거의 구렁텅이로 몰고 있었다.


첫 번째 중독은 인스타그램이다.

공허 할 때마다 보고 사진을 올리던 인스타에

어쩌다가 심각하게 빠지게 된 것이다.

멋있는 옷을 입은 멋진 여자

좋아보이는 곳에 가고

맛있어보이는 것을 먹는 사람들

이들을 부러워하며 나도 그들과 같아지고 싶고

그래서 그 옷 그 장소 그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어진 두 번째 중독은 쇼핑이다.

옷과 가방 신발을 따라 사다보니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게 되었다.


인스타에서 좋아보이는 레스토랑 , 카페에 갔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10곳 중 2곳 정도가

마음에 든다, 7곳 정도는 사진과 똑같은것 같은데

사람이 너무 많거나 맛이 별로거나 기대보단 별로,

1곳 정도는 다신 안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곳에 가야겠단 집착이 시작되니

데이트가 거의 도장깨기 수준이었다.

오늘은 여기여기 여기를 꼭 가야만 해

못가면 기분이 나빠지고 뭔가 헛되게 쓴

감정에 휩싸였다.


웃긴건 유명한 곳에 가도 만족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 손으로 끌고 온 곳이니

뭔가 만족스러워야 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치만 나도 처음인것을..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폐해는 더 있다.

똑같은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1초면 소비될 그 사진을 찍기 위해

반드시 남자친구는 먹기 전 기다려줘야만 하고

인생샷을 찍어주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만 한다.


그놈의 인생샷이 뭐라고

카페나 전시 여행지에 가면

진짜 그 순간을 즐기고 만끽하고

음미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편견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사귄

남자들은 모두 사진에 집착하지 않았다.

나처럼 sns에 올리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올라오는 걸 보는 정도였지


어떻게 한결같이 그럴수 있었나?

정말로 생긴것도 괜찮은 사람들이었는데

그런 과시욕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 아주 솔직히 나를 파헤쳐 보고

또 나같은 사람들을 파헤쳐 보건대

뭔가가 아주 결핍되었고 타인의 눈을

엄청 의식하며 그들의 인정에 목말라 있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사진으로 기록하고 올리는 것

이상의 그 안에서 다른 사람의 일상을 탐하고

헤매고 질투와 함께 나도 과시하고 싶다는

욕망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것은

다름 아니라 정말 빈껍데기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 잘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샀고

나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장소에서

만족할 수 없는 음식과 커피를 마셨다.


인스타에 기대지 않았던 때,

난 어떻게 데이트를 했고

만족했던가 했더니

아주 좋을 때도 많았고

아닐 때도 있었겠지만

지금과는 달랐다.


지금은 채워지지 않는 인정받고 싶은

쓸데 없는 욕구를

먹는 것으로 풀며 단것들에 중독되어 있으니

거의 최악의 순환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인스타를 지우고

당분간 단 음식은 먹지 않고

운동을 하고

여행지에 가서도

남자친구와 나 그리고 풍경과 그 순간에

집중하고 음미하기로 결심했다.



남의 모습이 아니라

나에 집중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그게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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