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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호 Nov 18. 2018

그날 밤

어제 밤이었다.

생과 사를 넘나든다는 것을

살면서 피부로 느낀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야만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난 어제 꼭 부산에 가야만 했다.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고속도로에 나가며

서울로 향하다가

뜬금없이 부산에 가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헤어진 남자친구랑

내가 면허를 따면 내가 운전해서

같이 부산에 가자는 그런 농담을 했었다.

그땐 그 사람이 곁에 있으면 조금 도와주겠지

아니면 오빠가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 없이도 해내고 싶었다.

그 사람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에게 분명히 알려주고 싶었다..



갈 때부터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돌아오려니 이미 열두시가 넘어 어두컴컴했다.

정말 막막했다.



일단 출발하자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잠깐 졸거나 삐끗 잘못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내생에 목숨을 건 레이싱을 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진짜 너무 무서웠다.

내 목숨이 하나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며 달렸다.



그 순간

나를 지켜낸 건 바로 나였다.

나는 정말로 느꼈다.

나를 믿어야만 한다고

그래야 돌아갈 수 있다고..


나를 믿기로 작정하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정신차려서 6시간 동안 올라왔다..

졸리면 차에서 자다가 다시 운전하고

다시 운전하고..

집 근처로 왔을 땐

그냥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왜 내 행복을 자꾸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으려했을까



항상 남자친구가 내 행복을

채워주길 원했다.

내 약한 부분을 책임져주길 바랐다.



나 스스로를 안 행복한 사람으로

의존해야만 행복한 사람으로

여기고 만든건 내 생각이었다.



스스로의 행복과 안위는

나 스스로가 만들어가야한다는 것을

깨달은 밤이었다.


그리고 삶이 정말로 소중하다고

내 일상이 정말로 그리웠다고 느낀 밤이었다.

아마도 나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밤이 될 것이라고

느꼈던 그 순간,

그 순간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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