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호 Sep 06. 2020

따분해서 미치겠는 이유

최근에 가장 즐거운 일은

요가였다.

그 이유는 난 목표지향적 사람이기

때문이란 걸 방금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매 학기 다가오는

시험들이 아무리 괴로워도

그 가운데 꼭 100점을 맞고 싶단

그런 목표와 욕망이 생기면

밤을 새더라도 그 가운데에서 의미를 찾았고

인내력을 갖고 공부하며 재미를 느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하고

뭔가 특별한 것을 해내고 있는 기분이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요가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내가

가장 크게 흥미를 느낀 포인트 하나가

선생님의 물구나무 서기를 보며 들은 한 마디였다.

'몇 달 뒤엔 모두 이 자세 하게 만들어드릴거에요.'

몇 달 뒤에 내가 저 자세를 해낼 수

있게 되리란 생각이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고

수업 때 어려웠던 동작들을 집에서 연습하면서

점점 나아지는 내 모습 그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고 있다.

자꾸만 성장해가는 내 모습이

작고 은밀한 나의 삶의 재미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 반대로 회사는 죽을만큼 재미가 없다.


아무리 열심히해서 해내도 그건 무시당하거나

당연시되고 오히려 작은 실수라도 할라치면

매맞는 구조 속에서

성장하고자, 인정받고자 했던

열정이 말라버린 것이다.

그냥 싸그리 사라졌다.


그저 하루하루 돈 벌려고 다니고

나에게 아무 도움도 안된다고 생각되고

무슨일을 해도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이 없는

시간들 때문에 단 하루도 재미가 없고 즐겁지 않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이렇게도 따분한 것이었다.

계란을 아무리 던져도

바위가 깨지지 않듯

내 계란을 다 써버려도

여전히 바윗덩어리같은 이 곳은

지긋지긋하게 그대로이다..


불을 붙여야 될 심지가 싹마저 잘라져버려서

불씨가 붙질 않는 기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꿈속에 있는 것 같은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