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늦은 저녁 산책을 하다가
개미떼를 만났다.
난 고백하건대 개미떼를 참 좋아한다.
걔네를 마주치면 일단 설렌다.
왜냐면 개미들에게 바람을 후 불면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재밌기 때문이다.
오늘 내 인생 최대의 개미떼를 만나서
쪼그리고 앉아서 바람을 부는데
문득 예전 남자친구가 생각났다.
전화하다가 갑자기 내가 입으로 바람을 불자
갑자기 바람을 왜 부냐고 물어서
사실대로 말했더니
날 너무나 귀여워하고 사랑스러워했다.
쪼그리고 앉아서 그러고 있을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다고 했었다.
이건 아마 개미떼를 마주칠 때마다
떠오를 추억일 것이다.
그러자 그 아이와 함께 산책을 했던 밤이
떠올랐다.
모자를 쓰고 나온 그 아이의 미소가
너무 예뻐서 그 때 난 반해버렸었다.
그 미소도 아마 죽을 때까지 잊기 힘들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곳에서 항상 사랑과 일의 의미를
찾고 있었다.
사랑이 없다고 하면서
그런 의미를 계속 찾는 것은
아마도 그것이 있기 때문이고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를 저주하고 미워했지만
사실은 그 아이가 남겨준 예쁜 추억들이
고마운 것이다.
그 아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절대 없을
그런 추억들이니까!
사실 그 애는 나에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것 같다.
이백퍼센트 나를 감싸주고 받아주는 법을
보여주면서
진짜 사랑을 어떻게 하는건지
알려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