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호연 Oct 22. 2021

라따뚜이의 라따뚜이

라따뚜이(Ratatouille)는 프랑스의 일상 가정식 중 하나다.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본 사람이면 열이면 아홉 이상, 영화 속 '그 라따뚜이'를 먹고 싶었을 것이다. 말 한마디로 만 냥 빚을 지는 냉소적인 평론가의 마음을 살살 녹인 맛. 어린 시절 울음을 뚝 그치고 서러움을 잊게 만든 따스하고 다정한 고향의 풍미, 그 라따뚜이는 대체 어떤 맛일까. 


라따뚜이(Ratatouille)는 프랑스의 일상 가정식 중 하나다. 지방마다, 혹은 집집마다 재료와 레시피가 조금씩 다르다고 하는데 가지, 호박, 토마토 등의 여름 채소를 먹기 좋게 썰어 볶아 만드는 방식은 대개 일치한다. 채소를 얇게 썰어 겹겹이 쌓아 만든 오늘의 라따뚜이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라따뚜이를 따라한 것이다.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라따뚜이는 채소를 깍둑썰기 해서 각각 따로 볶은 다음 섞어야 제맛을 낸다. 따로 볶는 만큼 시간이 걸리고, 소금 후추 간도 따로 해야 해서 손이 많이 간다. 그에 비해 '라따뚜이의 라따뚜이'는 볶지 않고 채소를 쌓아서 오븐에 익히기 때문에 손이 덜 가는 편이다. 뜨거운 팬에 볶아서 입히는 불맛은 없지만, 대신 채소 본연의 향긋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간이 덜 된 채소의 풋풋한 맛과 냄새, 강판으로 갈아 넣은 치즈, 말린 허브의 축적된 향, 전혀 다른 식감들이 제각기 살아 있어 먹는 재미가 있다. 


'라따뚜이의 라따뚜이'는 만드는 것도 쉽고 완성된 모양새도 훌륭하다. 오븐 용기에 토마토소스를 깔고 채소를 차례대로 번갈아 쌓아서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된다. 한때 집들이 음식을 대표했던 '밀푀유 나베'와 비슷한 점이 많다. 만들기 쉽고, 보기에 아름답고, 여러 사람이 함께 먹기에 편하다는 점에서. 


포크질 한 번에 세 가지 채소를 담아 사근사근 씹는다. 부드럽고 알찬 맛. 어쩐지 서러운 날, 따뜻하고 부담 없는 된장국을 먹고 마음이 풀어지듯이 마음을 울리는 맛이란 이토록 간소하고 익숙한 재료에서 시작된다. 어릴적부터 토마토 요리를 먹고 자란 세대에게는 이러한 이국의 음식도 편안하고 친숙한 맛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재료만 있다면 매일 먹고 싶지만 여름이 지나면 채소 가격이 올라 비싼 음식이 된다. 아쉽지만 겨울이 되기 전에 부지런히 즐길 수밖에. 남은 라따뚜이는 토르티야에 싸 먹거나 피자를 만들어 먹을까. 아니면 삶은 파스타나 샐러드와 함께 먹을까. 이렇게 저렇게 먹을 궁리를 계속하는 걸 보니, 확실히 만드는 보람이 있는 요리다. 






매거진의 이전글 따뜻한 녹차와 김밥 두 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