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nummer

EP08. 변화를 ‘이겨내는’ 대신, 살아내는 방식

끊임없는 적응과 10년 주기 리셋: 해외에서 살아간다는 것

by moin

3부: 리셋과 적응의 실천적 지혜





새 출발의 불안감과 극복 경험

모든 변화의 출발점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상황에 들어가는 것, 이미 알고 있는 방식 대신 새로운 흐름에 자신을 던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본능적인 불안을 일으킨다. 이는 인간의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특히 과거에 성과를 이루었던 사람일수록 새 출발에 대한 저항은 더 크다.

단순한 나약함이 아니라 성공 경험은 자신감을 “다시 초보자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를 평가하고, 실패 가능성 앞에서 움츠러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본질은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배우고, 불완전함을 감내하는 태도에 있다.

불안을 극복한다는 것은 그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안과 공존하면서도 움직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완벽한 준비’보다는 ‘불완전한 시도’가 더 많은 성장을 가져온다. 작은 용기들이 모여 자기 신뢰가 되고, 그 신뢰가 다음 도전의 연료가 된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두려움이 크면 클수록, 그 안에 있는 가능성도 컸다. 불안을 무조건 피하지 않고, 그것을 지닌 채 움직이는 경험은 시간이 흐른 후 가장 큰 자산이 되어 돌아왔다. 변화에 필요한 것은 ‘두려움을 없애는 담대함’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내딛는 실천의 용기다.



할 수 있을까?"에서 "해내왔다"로의 사고 전환

새로운 도전 앞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에게 묻는다.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불확실성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지만, 방향을 조금 바꾸면 강력한 자기 동기화 도구로 바뀐다.
바로, “나는 과거의 비슷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가?”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이미 수많은 불확실성과 마주했고, 그때마다 해답을 찾아왔다. 그 경험들을 떠올리면,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되살아난다.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해냈던 일”은 지금 이 순간 심리적 안전기지가 되어준다.

실제로, 변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완벽함’보다 ‘지속적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 실패를 실수로 보지 않고, ‘데이터’로 삼아 학습의 계기로 전환한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갖는다. 일기든, 메모든, 작은 성공과 깨달음을 적어두는 행위는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회복시키는 강력한 리소스가 된다.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우리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그 질문에 ‘나는 지금도 여전히 해나가고 있다’는 관점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사고 전환이야말로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실질적인 도구가 된다.




해외 생활에서의 적응 성공 사례

해외 이주는 많은 이들에게 가장 큰 ‘리셋’ 중 하나다. 언어, 문화, 제도, 인간관계 등 거의 모든 시스템이 새롭게 설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적응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변화에 맞서는 우리 모두에게 귀한 힌트가 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로 이주한 디자이너는 낯선 환경 속에서 고립감을 느끼기보다는 로컬 디자인 스터디 모임에 매주 참석했다. 익숙한 언어도 아니고, 문화도 달랐지만, 그 꾸준함이 전문 네트워크로 확장되었고, 결국 그는 업계 선도 기업의 UX 디자이너로 입사할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 전공과 무관한 업종으로 전환한 엔지니어는 더욱 인상적인 사례다. 그는 하루는 온라인 강의, 하루는 현지 인턴십을 반복하며 실무 경험과 지식 습득을 병행했다. 그렇게 1년 뒤, 전혀 다른 커리어로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 적응력과 학습력이 만든 기적이었다.

독일로 이주한 한 사람은 언어 장벽으로 고립감을 크게 느꼈지만, 매일 두 시간씩 꾸준히 독일어를 공부했다. 단 6개월 만에 현지인들과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고, 사회적 연결망도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언어는 결국 시간을 들이는 사람의 것이었다.

또 다른 사례로, 호주에 정착한 이민자는 심한 문화 충격을 겪고 한동안 마음의 문을 닫았지만, 현지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관계를 맺는 과정은 그의 삶에 안정감을 되찾게 해주었다.

이러한 사례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두려움을 무시하지 않았지만, 그것에 머물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찾고 행동으로 연결했다. 변화는 언제나 낯설고 불편하지만, 그 안에는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숨어 있다. 그리고 결국, 그것을 찾아낸 사람만이 자기 방식으로 정착하고, 또 한 번 도약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EP07.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날것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