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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진진 Nov 07. 2024

<분노의 질주> 혹은 <존윅>

"더 큰 자극으로 누르기"

일을 하면서 몸이 힘든 경우엔 보통 잘 먹고 잘 자면 대부분 괜찮아졌지만,

마음이 힘든 날은 그냥 넘어가면 시간이 지난 뒤에 결국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외강내유유유이던 나는 그날 근무 중에 실수를 했거나 아니면 나로 비롯된 문제가 있었다면

소도 아니면서 집에 돌아와 되씹기를 계속했기 때문이다.

되씹기의 끝은 결국 나를 가라앉게 했고 남아있던 의욕마저도 가져가버렸기에  

이런 딥한 감정의 끊어냄은 내게 너무나 중요하고 필요했다.


그날 일하면서 생긴 부정적인 감정들은 그날 무조건 빼내려고 노력했는데,

몇 번 정도는 친구들과 놀기도 했지만 다들 바쁘게 살고 있기에 매번 친구를 만날 수는 없었다.


문제는 이게 쌓이면서 자꾸 마라탕이나 엽떡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나도 모르게 지금의 기분보다 뭔가 큰 자극을 찾는 것 같은데 살만 찌고 내게 남는 게 없었다.

유니폼은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만 하다가..


하루는 근무 중 어떤 일 때문에 화가 났었던 것 같은데 문득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집에 가면 <분노의 질주>를 무조건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일차원적인 생각인가 싶었지만 씻고 누워서 <분노의 질주>를 크게 틀어놓고 보는데

오랜만에 봐서 재미도 있었고, 영화가 끝나니 신기하게도 내 마음의 분노도 사라졌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힘들었던 순간을 다시 떠올리지 않고 생각이 멈춘다는 점과,

내 상황이 영화 속 주인공만큼 극한의 상황인지 비교해 봤을 때 그만큼의 아니라서? 위로가 되고,

질주씬이나 액션씬을 보면서 어느 정도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영화는 끝이 있다는 점이 내 감정도 끝이 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 영화가 끝남으로써 부정적이던 나의 감정도 마무리가 된다.


그렇게 나는 내 마음을 풀 수 있는 하나의 위로법을 찾았다.

더 큰 자극, 더 큰 도파민의 음식이 아닌 영화로 마음에 남아있던 불편함과 불안함을 눌러버리는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힘든 이유의 주가 되는 감정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그걸 누를 수 있는 더 큰 감정의 영화를 찾아보면서 잠들기 시작했다.


초반에 주로 보던 영화는 부끄럽지만 <분노의 질주> 또는 <존윅>이었다.

분노로 가득 찰 일이 있었다면,  <분노의 질주>

그날따라 일이 많아서 해결하느라 혼자 고군분투했다면,  <존윅>

봤던 걸 보는 게 지겨워지면 다행히도 해당 영화들은 여러 후속 편이 있었기에 돌려가면서 볼 수 있었다.

나중에는 그 영화를 틀기만 해도 ‘오늘 힘든 하루였구먼 자네..’ 하면서 위로가 되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는 <분노의 질주>, <존윅>처럼 꼭 큰 자극이 아니더라도 내게 위로가 되는 영화를 찾아서 틀게 되었고, 그 기분을 잊고 눌러버리기보다 더 좋은 기분과 감정을 밀어 넣는 방법도 찾게 된 것이다.


오염된 물에 깨끗한 물을 밀어 넣다 보면 희석되다가 결국 깨끗한 물만 남게 되듯.

이제는  <라따뚜이>와 <극한직업>으로 귀여움과 유쾌함을 계속해서 밀어 넣으며 마음을 희석시키고 있다.


혹시라도 오늘 정말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지금의 별로인 기분을 집에 가서 되씹기를 할 것 같다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될만한 영화를 정하여 집에 가자마자 생각할 틈도 주지 말고 틀어보길 추천한다.


나 아니면 누가 나를 위로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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