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덮자! "좋은 기억 이불을"
호텔에서 근무하면 사실 좋은 고객님만 만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다.
서비스직이라는 곳의 장점은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점이고,
단점은 정말 여 러 사 람 을 만 날 수 있 다 는 점.
난 내가 고객에게 상처받는 게 싫은 만큼 나의 동료들이 상처받는 것도 정말 싫어했다.
그래서 내가 상처받았을 때 빨리 헤쳐 나오기 위한 방법 중에 “좋은 기억 이불 덮기” 방법을 내 동료들을 위로할 때도 쓰곤 했다.
좋은 기억 이불 덮기는 말 그대로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덮어버린다인데,
이불이라는 단어를 굳이 넣은 이유는 예전에 이불로 한 번에 불을 제압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불속의 불이 바로 꺼지는 걸 보고 나의 나쁜 기억도 그 영상의 불처럼 한 번에 사그라들길 바라며 이불을 붙여 '좋은 기억 이불 덮기'라고 부른다.
한 번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 직원에게 손님이 키를 던진 일이 있었다.
신입이라도 어느 정도 경력이 있었던 직원이었기에 서비스나 이런 부분이 전혀 신입스럽지 않았는데
어떤 실수를 해서 고객이 키를 던졌을까 확인을 해보니, 키가 작동 안 해서 화가 나서 직원에게 던졌다.
객실 키는 간혹 가다가 한 번씩 작동이 제대로 안 될 때가 있다.
다른 전자기기랑 같이 뒀다가 오류로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정말 신입직원이 잘못 설정해서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고객은 본인을 다시 내려오게 했으니 충분히 귀찮고 짜증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원에게 키를 던진다?
사람에게 물건을 던지는 건 솔직히 난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직원은 대낮부터 고객이 던진 키를 몸에 맞았다는 사실에 꽤나 충격을 받은 듯했다.
어두운 표정의 직원에게 나는 살며시 물었다.
고객이 던지는 키를 왜 손으로 잡아채지 못했는지..
..???
네?
‘이게 지금 무슨 말인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직원에게 나는
우리 지금부터 서로에게 키를 던져서 잘 받아내는 연습을 해보자고 했다.
나는 정말 키 5장을 그 오토바이 타고 가면서 정확한 곳에 명함을 던지는 아저씨들처럼 던졌고,
직원에게도 똑같이 나에게 5장을 던져보라고 했다.
직원은 당황해서 잘 잡지 못했고 나는 모기 잡듯 촵촵촵 다 잡아버렸다!
서로 주고받기를 계속하다가,
혹시라도 다음에 또 키를 던지는 손님을 만나면 절대로 맞지 말고
우리 진짜 멋지게 받아버리자고 함께(?) 혹은 혼자서 굳게 다짐했다.
1년 정도 뒤에 직원과 그때를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에 키를 맞은 사실이 기분 나빴지만,
그 뒤에 내가 더 이상해서...
내가 이상했던 행동이 오히려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고 했다.
나는 나쁜 기억이 아니라 그 나쁜 기억을 눌러버리고 내가 직원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아서 너무 좋다고 대답했다.
서비스직에서 오래 버티려면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쁜 기억은 그날을 넘기면 안 된다.
그때의 상처가 쌓이게 두지 말자. 그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상처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작든 크든 이상하든 나쁜 기억을 꼭 그날
"좋은 기억 이불로 덮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