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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진진 Oct 24. 2024

고객이 던진 키에 맞은 동료  위로하기

이불 덮자! "좋은 기억 이불을"


호텔에서 근무하면 사실 좋은 고객님만 만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다.

서비스직이라는 곳의 장점은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점이고,

단점은 정말 여 러 사 람 을 만 날 수 있 다 는 점.


난 내가 고객에게 상처받는 게 싫은 만큼 나의 동료들이 상처받는 것도 정말 싫어했다.

그래서 내가 상처받았을 때 빨리 헤쳐 나오기 위한 방법 중에 “좋은 기억 이불 덮기” 방법을 내 동료들을 위로할 때도 쓰곤 했다.


좋은 기억 이불 덮기는 말 그대로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덮어버린다인데,

이불이라는 단어를 굳이 넣은 이유는 예전에 이불로 한 번에 불을 제압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불속의 불이 바로 꺼지는 걸 보고 나의 나쁜 기억도 그 영상의 불처럼 한 번에 사그라들길 바라며 이불을 붙여 '좋은 기억 이불 덮기'라고 부른다.


한 번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 직원에게 손님이 키를 던진 일이 있었다.

신입이라도 어느 정도 경력이 있었던 직원이었기에 서비스나 이런 부분이 전혀 신입스럽지 않았는데

어떤 실수를 해서 고객이 키를 던졌을까 확인을 해보니, 키가 작동 안 해서 화가 나서 직원에게 던졌다.


객실 키는 간혹 가다가 한 번씩 작동이 제대로 안 될 때가 있다.

다른 전자기기랑 같이 뒀다가 오류로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정말 신입직원이 잘못 설정해서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고객은 본인을 다시 내려오게 했으니 충분히 귀찮고 짜증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원에게 키를 던진다?

사람에게 물건을 던지는 건 솔직히 난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직원은 대낮부터 고객이 던진 키를 몸에 맞았다는 사실에 꽤나 충격을 받은 듯했다.

어두운 표정의 직원에게 나는 살며시 물었다.


고객이 던지는 키를 왜 손으로 잡아채지 못했는지..


..???


네?


 ‘이게 지금 무슨 말인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직원에게 나는

우리 지금부터 서로에게 키를 던져서 잘 받아내는 연습을 해보자고 했다.


나는 정말 키 5장을 그 오토바이 타고 가면서 정확한 곳에 명함을 던지는 아저씨들처럼 던졌고,

직원에게도 똑같이 나에게 5장을 던져보라고 했다.

직원은 당황해서 잘 잡지 못했고 나는 모기 잡듯 촵촵촵 다 잡아버렸다!


서로 주고받기를 계속하다가,

혹시라도 다음에 또 키를 던지는 손님을 만나면 절대로 맞지 말고

우리 진짜 멋지게 받아버리자고 함께(?) 혹은 혼자서 굳게 다짐했다.


 1년 정도 뒤에  직원과 그때를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에 키를 맞은 사실이 기분 나빴지만,

그 뒤에 내가 더 이상해서...

내가 이상했던 행동이 오히려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고 했다.

나는 나쁜 기억이 아니라 그 나쁜 기억을 눌러버리고 내가 직원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아서 너무 좋다고 대답했다.


서비스직에서 오래 버티려면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쁜 기억은 그날을 넘기면 안 된다.

그때의 상처가 쌓이게 두지 말자. 그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상처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작든 크든 이상하든 나쁜 기억을 꼭 그날

 "좋은 기억 이불로 덮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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