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
호텔에는 한국인 고객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그리고 외국 고객들을 응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외국어 능력이다.
나는 영어와 중국어를 12초 정도의 기본적인 대화만 하는 부족한 실력의 소유자였는데 고객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능숙한 외국어 실력이 항상 필요했다. 그중 가장 간절하게 필요했던 순간은 컴플레인이 발생할 때였다.
한 번은 옆객실 소음 때문에 심하게 컴플레인을 받았는데,
"지금도 계속 나의 시간을 방해받고 있지 않냐!!!!!”
소리 지르며 화를 내던 홍콩국적의 고객에게 처음엔 당황하여 영어가 잘 나오지 않았고, 결국 나의 대처는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외국어 실력은 보통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제일 열심히 하고 실력이 많이 오른다는 말이 있다. 호텔에서 근무하며 외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나는 그날 이후 나만의 상황극을 시작했다.
상황극 방법은
내게 필요한 상황 또는 내가 일하면서 겪었던 상황들을 먼저 나열하고,
고객이 할 수 있는 말과 직원이 할 수 있는 말을 나눠서 적는다.
그리고 그걸 영어와 중국어로 찾아서 준비한다.
더 나은표현을 위해 외국어가 능숙한 직원들에게 물어서 수정하거나,
또는 요즘엔 챗gpt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예상한 상황이 왔을 때 잘 해낼 수 있도록 감정을 실어서 계속 연습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미 대화가 정리된 내용을 그냥 눈으로 보는 것보다 내게 정말 필요한 상황을 예로 들어서 직접 대본을 준비하는 거다. 내 마음에 떠오르는 말들을 어떻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나만의 스타일로 준비해 둔 상황이 확실히 기억에 남고 말이 더 잘 나오기 때문이다.
그때 소리 지르던 고객이 나에게 쏟아냈던 컴플레인의 내용들을 토대로 나는 불편을 겪는 고객의 감정에 대한 공감과 빠른 조치를 약속하는 매끄러운 영어 응대를 연습했다. 이러한 준비 덕분에 이후의 소음 관련 컴플레인들은 문제없이 잘 대처할 수 있었다.
물론 사람과 상황이 완전히 예상하는 대로 똑같이 나오는 건 아니었지만, 많은 상황극 연습들이 나를 덜 당황하게 만들었고 나중에는 연습했던 문장들을 여기저기 적절하게 꺼내서 활용할 수 있었다.
이제는 외국어가 엄청 필요하다고 느끼는 상황은 없지만 나는 지금도 외국어 공부방법으로 내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고 싶은 것들 위주로 상황극을 시작하곤 한다.
혹시 외국어 회화실력을 높이고 싶은데 시작이 까마득한 누군가가 있다면, 나처럼 나만의 상황극으로 가볍게 시작해 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