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루가 호들갑을 떨며 집에서 가까운 탐방지원센터를 검색했다. 한국 100대 명산을 오르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까지 하자고 한다. 등산을 시작하자마자 산이 버거웠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가 오를 산에 국립공원도 포함돼 있어. 이왕 하는 거 같이 하면 좋잖아"
“도장 다 찍으면 뭐 주는데?”
“메달”
“......”
어느새 나는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탐방지원센터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이다. 여권을 받으려면 직접 탐방지원센터로 가야만 했다. 국립공원은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보호하는 지역으로 현재까지 총 22곳이 지정돼있다. (2023년 경북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현재는 총 23개가 있다.) 22개 국립공원마다 각각의 특색이 새겨진 도장이 있는데 소백산 도장에는 여우와 철쭉, 설악산은 울산바위, 지리산은 반달가슴곰이 새겨져있다.
우리는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여권을 받아 도장을 찍었다.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을 포함해 앞으로 21개가 남았고, 한국 100대 명산 도전은 앞으로 99개가 남았다. 당시에는 까마득한 숫자였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22개 국립공원을 전부 돌아 금메달을 받았다. 솔직히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다. 도장을 못 찍어서 다시 재방문 했을 때가 떠오른다.
몇몇 사람들이 도장을 훔쳐 가는 경우가 있어서 도난을 방지하고자 탐방지원센터 직원이 출근을 하는 9시 이후에나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우리는 대부분 오전 9시 이전에 산을 오르기 때문에 하산하고 찍는 경우가 많았는데 직원이 퇴근을 하는 오후 6시 이후에 내려왔을 땐 도장을 찍기 위해 다시 탐방지원센터를 와야만 했다. 이 무슨 허튼 짓이란 말인가. 설악산, 소백산, 북한산, 지리산은 우리가 도장 하나 때문에 다시 방문했던 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한 선택이었다. 스탬프 투어를 안 했다면 나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이 어디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국립공원에는 제한구역이 많고 지켜야 될 약속도 많다. 국가까지 나서서 반드시 지켜야 될 소중한 자연 생태계지만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무시하고 들어가거나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죽기 전에 이런 자연경관을 봤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부디 오래오래 이 상태로 남아주어 많은 사람들이 자연 안에서 치유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