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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람 Dec 03. 2022

겨울의 서문에서

사진 한 조각, 일상 한 스푼

얼어버린 겨울 바다 위에도 해는 뜨고 진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기준선이 있을까? 12월이 되면서 영하로 떨어진 기온이나 빨라진 저녁 하늘의 어둠이 될 수 있다. 늘어난 아침잠과 점심 때마다 따뜻한 국물 음식을 찾는 모습에서도 겨울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몇 주 전만 해도 가벼운 자켓이나 가디건을 걸쳤는데 어두운 장롱 깊숙히 두었던 두툼한 코트와 패딩이 밖으로 나와 빛을 본다. 손끝이 시린, 겨울이다.


계절이 바뀌면, 늘 가구의 위치를 바꾼다. 이상하게도 주말보다는 평일에 휴가를 내어 하고 싶다. 소중한 주말을 또다른 노동으로 방해받고 싶지 않은 마음일까? 따사로운 가을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고 싶어 책상을 창문 앞에 뒀었다. 겨울엔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제법 차서, 책상을 방 한가운데로 옮겼다. 책장과 기역자로 놓아 언제든 편하게 책을 꺼내볼 수 있게 했다. 작은 소파는 세상 구경하며 멍 때리기 좋게 창문과 기역자로 뒀다. 소파와 책상 사이 빈 공간엔 요가 매트를 깔았다.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있으면 흔적이 남는다. 커다란 가구를 옮기고 나면 원래 있던 자리엔 먼지가 한 겹 쌓여 있다. 눈에 잘 보이진 않아서 무심코 밟았다가 발바닥이 까매졌다. 청소기를 두 번 돌리고, 물걸레로 쓱쓱 밀어 닦았다. 작은 공간에서 가구 몇 개의 위치만 바꿨을 뿐인데, 제법 분위기가 다르다. 책상 위에 놓인 산세베리아 화분에 물을 주고 햇빛을 잘 받는지 확인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1년마다 반복되지만 늘 새롭게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한다. 추운 겨울 바람으로 상처받은 어떤 하루에 애정이 담긴 공간에서 쉴 수 있기를 바라며.


친구는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이라고 했다. 겨울 바람은 매서워도 겨울 햇빛은 참으로 포근하다고, 그 따스한 햇빛이 좋아 겨울을 그린다고 한다. 날카로운 겨울 바람을 견디다 따뜻함을 잊어버릴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차갑게만 느껴질 때도 햇빛 한 줄기는 늘 비치고 있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겨울 밤 덮는 두꺼운 솜이불의 온기는 따스했다. 차가움이 있기에 따뜻함이 더욱 소중해지는 것이었다. 겨울을 온전히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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