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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람 Nov 17. 2022

모과생강차 같은 사람

사진 한 조각, 일상 한 스푼

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따뜻한 차가 생각날 때가 있다.

대학생 때 붙어다니던 친한 친구는 전공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 바쁜 삶 속에서 간간히 연락을 주고 받던 어느 날, 친구가 이런 말을 전해왔다.


"나는 아플 때마다 너가 사줬던 모과생강차가 너무 먹고 싶다? 그게 생각이 많이 나."


준 사람의 기억은 희미했지만 받은 사람의 추억 속엔 선명했다. 몸이 약했던 친구는 학교 다닐 적에도 자주 아팠다. 내가 친구를 위해 내밀 수 있는 건 따뜻한 차 한 잔뿐이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감기에 걸린 친구를 보고 쉬는 시간에 교내 편의점에 들러 모과생강차를 사왔던 것 같다. 칼칼한 목이 조금이나마 풀리길 바라며. 차를 잘 마시지 않던 친구는 그 이후 카페에 가면 늘 차를 찾는다고 했다. 차 한 잔의 온기가 타지에 있는 친구의 버팀목이 되었다.


가까운 사람에게든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든 내가 가진 따뜻함을 나누려고 한다. 예상하지 못한 호의가 누군가의 하루에 온기를 더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거나 가게에 들어갈 때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한다. 시험을 앞둔 친구에겐 말없이 단 과자를 건넨다. 혼자 힘들어하는 동료에겐 다가가 말을 건다. 온기를 느낀 누군가가 또 다른 사람의 온기가 되어준다면, 세상은 보다 살만하지 않을까? 삶이 팍팍하더라도 따뜻함만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대단한 맛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진하게 남는 모과생강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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