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맞추지 않고 일어난다. 이제는 굳이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잠도 충분히 잔다. 몸을 일으켜 세수를 하고, 끓여 놓은 배춧국에 밥을 말아 먹는다. 양치질을 한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분명 오전 시간에 졸 것이 분명하므로, 어기적 거리지 않고 바로 커피콩을 갈고, 머신으로 커피를 내린다. 얼마 전에 이케아에서 산 새로운 잔에다 끓인 물을 조르르 따른다.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는다. 유난히 커피향이 좋게 느껴지는 건 오늘 아침이 유난히도 여유롭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커피를 작업방의 책상으로 가져온다. 이제 몇 장 남지 않은 일기장을 꺼내 글을 쓴다. 어제 운동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복기하여 쓴다. 얼마 남지 않은 일기장의 뒷장들을 보며 이제 3년간 썼던 이 노트를 추억상자에 넣어야 할 때가 왔음을 자각한다. 어제 주문해 둔 새로운 일기장이 빨리 도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잠시나마 마음이 설렌다.
나의 책상에는 그 주에 해야 할 일을 써 놓는 미니 화이트보드가 있다. 오늘은 새로운 주의 시작인 월요일으므로, 화이트보드를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주에 끝내지 못한 일들이 3개나 있어 마음이 조금은 불편해졌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플래너를 꺼낸다. 오늘 할일과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을 번갈아 가면서 생각한다. 그렇게 화이트보드와 오늘 일정표를 완성한다.
나의 책상에는 또 작업용으로 사 둔 뽀모도로 알람 시계가 있다. 알람을 20분으로 맞추고 지난 주에 완독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는다. 이제 정말 몇 장 안남았다. 끝이 다가 올수록 더욱 흥미진진해 지는 내용에 오랜만에 정신이 분산되지 않고 20분 동안 온전한 집중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알람이 울리고, 책을 더 읽고 싶다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책장을 덮고 나니, 잔 속 커피가 동이 났다. 한 잔 더 하고 싶지만 점심 식사 후에 커피를 또 마셔야 하므로, 대신 따뜻한 차 한잔을 타오기로 한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은 후 말린 작두콩 하나를 띄웠다.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 미뤄왔던 것부터 시작해 보자. 오늘은 정말 이 일들을 모두 끝내야 한다. 더 이상의 미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