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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통화

5) 인도생활

by 이목화

저녁을 먹을때 쯤 되면

전화가 온다.

"나마스떼"

"나마스떼"

내가 인도 오기로 결정된 후로 전화할때 인삿말은 나마스떼다.

아이를 재우고, 잠깐의 자유시간을 만끽한 뒤

잘 준비를 다한 아내가 거는 전화

인도 시간으로 6시~6시 반쯤 온다.

가끔 5시 반쯤에도 온다.

그래서 나는 5시 반쯤부터 아내의 전화를 기다린다.

그렇게 되면 어린왕자라도 된듯

적어도 5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한다.

적어도 5시 반부터는 전화 받을 준비를 해야한다는 마음의 준비다.

지금은 대부분의 나나 아내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있기 때문에

아내의 전화를 이런식으로 받을 수 있다.


통화 내용은 간단하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별일은 없었는지,

점심 메뉴와 저녁 메뉴를 공유하고 나서

아이가 밥을 잘 먹었는지, 변은 잘 봤는지,

오늘 유독 귀여웠던 포인트가 뭐였는지,

새로 한 말은 없는지.

이렇게 하나하나 공유하고 나면 30분쯤 지나간다.

그러고 나서는 요즘 뭐가 필요하다거나 뭐를 사야한다거나

앞으로 뭘 준비해야한다거나 하는 얘기들을 한다.

가령 언제쯤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갈거다 혹은

내가 한국에 가면 뭘 하자 이런 얘기들.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에 이어 간단한 계획에 대한 얘기.

옆에 있다면 바로바로 했을 얘기이고

아이가 없다면 카톡으로도 했을 얘기지만

얼굴을 볼 수 없고

아이를 보느라 카톡도 할 수 없으니

잠자기 전 마지막 통화를 하면서 얘기를 다 한다.


이렇게 얘기를 다 하면 짧으면 40분 길면 1시간 반.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통화를 하고

마무리 인사를 한다.

이쯤 되면 한국 시간은 대략 10시~11시

잘자 사랑해 내일보자 안녕

이 얘기들을 한바퀴 돌리고 나면 아내는 잠이든다.

이렇게 되고 나면 나는 거의 혼자가 된다.

한국 가족이나 지인들은 모두 잘시간.

인도에도 지인들이 있지만, 이시간에 연락할 일은 없다.

전화를 끊고 대략 7시 반쯤부터 저녁을 먹으면

이제 정말 하루의 일과가 끝난 느낌이 들고

동시에 심심함과 외로움이 찾아든다.

아내가 잠들기 전까진 그래도

내가 연락할 사람이 분명히 한명은 있는데

아내가 잠들어버리면

나는 연락할 사람이 없어진다.


그 이후에 나의 유일한 연결 포인트는

아이 방에 달린 웹캠이다.

새벽에 자주 깨는 아이를 위해

아내는 요즘 아이의 방에서 잔다.

생각날때 한번씩, 자기전에 한번씩 보다보면

아내는 침대 구석에서 자고있고

아이는 360도 돌면서 자고있다.

다리를 엄마 배에 올렸다가

팔베게를 했다가

다리쪽에 가서 자다가 한다.

분명히 편하게 못잘텐데.

내가 좀 가서 재워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집에서의 나의 부재가

나에게는 너무도 아쉽다.

내가 안아줄 수 있기를

내가 놀아줄 수 있기를

내가 이것 저것 아이와 함께하는 동안

아내가 좀 쉴 수 있기를

매일 바라고 바래본다.

그래서 오늘도 좀 더 다리 재활에 힘써본다.

한국에 가면, 언제든 10kg가 넘는 아이를 안아들고

놀아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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