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혼자이기에 더 좋은
햇살 잘들어 오는, 계단을 올라서면 보이는 긴의자가 기억자 모양으로 있습니다. 늘 분주한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지나가는 학생들이 수다를 떠는 장소로 아니면 잠시 쉬어가는 곳입니다. 아주 가끔은 학생들에게 벌을 주는 장소이기도 하며, 반성문을 쓰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외에 평소에는 덩그러니 혼자 남아 햇살을 앉혀놓고 외로움을 달래는 곳입니다.
햇살은 그곳에 올 누군가를 위해 의자를 따뜻하게 해주기도 하고, 의자에 앉은 사람을 위해 무릎위로 허벅지 위로 내려 앉아 따뜻한 온기를 줍니다. 그곳에 누가 있는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고, 눈을 마주치는 사람이 있더라도 간단한 인사나 아니면 그냥 지나치는 그런 곳입니다.
어느 하루 의자 한쪽 모퉁이에 누군가 앉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따뜻한 공기와 햇살만 한가득 있는 그곳에 그렇게 말이죠. 그 옆에 말없이 앉아 있어도 좋을 것 같고, 그냥 온화한 눈빛과 웃음을 주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말없이 무릎위에 있는 손을 잡아주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말없이 한번 안아주는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자신의 일상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 이미 기억자형 의자와 햇살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