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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Jul 03. 2016

손톱깎는 일

  난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렸을 때 누군가 내 손발톱을 깎아주었을 것이다. 딱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멀리 튕겨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내몸 아래에 쌓이도록 말이다.

  내가 스스로 손톱을  깎기 시작한 것을 기억하는 이후로 기억나는 것은 저녁에 손톱을 깍으면 안된다고 할머니께서 이야기 한 것이 전부다. 동화책에도 손발톱 아무 떠나 깎아 버려서 생기는 동화를 보면서 그때 기억이 나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이 손발톱을 깍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사람들은 자기가  깎은 손발톱에 대한 기억을 얼마나 할까? 손톱이 부러져서 깎은 기억, 손톱밑에 때가 끼는 것이 더러워서 쯤 되지 않을까?

아들 손

결혼을 하고 나이외에 다른 사람의 손발톱을 깎아준 것은 아내가 임신해서 도저히 발톱을 못 깎을 정도로 배가 불렀을때 깍아준 적이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깎아주고 있다. 한동안은 내가 아이들의 손발톱을 깍았다. 아내보다 내가 더 깔끔하게 아이들의 손발톱을 깎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이들의 손발톱을 깎으면서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을 보면서 부드러움과 귀여움을 몸소 느꼈다. 그리고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도 손을 보면서 느끼기도 했다. 이제 큰 아이는 손발톱 깎을때 이것저것 주문까지 한다. 나는 가끔 주말 내 손발톱을 깎을 때 아이들에게도 손발톱을 나에게 보여달라고 한다. 그리고 종종 같이 깎는다. 그리고 혹시가 흩어졌을지도 모르는 작은 크기의 손발톱을 손으로 주변을 쓸어 담는다.

딸  손

고향집을 방문하였다. 한동안 못갔다가 오랜만에 갔더니 아버지께서 넘어져서 팔에 깁스를 하고 계셨다. 1년에 몇번 찾아뵙지 못하니 자식 걱정 할까봐 이야기 안하다가 어버이날 내려가니까 그때서야 이야기를 해주었다. 막상 내려가서 보니 마음이 짠하기가 그지없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 나이가 드신걸까? 멀리있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더욱 심하게 다가왔다.


시골집에서 이것저것 도와드리고 거실에 앉았는데 아버지께서 손톱을 깎아달라고 하셨다. 한번도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 없던 분이셨는데, 나는 기꺼이 손톱을 잘라드렸다. 아버지의 손을 만져보는 것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손은 굳어서 딱딱하였고 농사일에 손톱 아래는 흙으로 새까맣다. 손톱 역시 딱딱하게 굳어 탄력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딱딱거리며 이리저리 손톱이 튕겨 나갔다. 말끔하게 정리된 손톱은 보기좋았지만 주름가득하고 검게 그을린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서글프기만 했다. 앞으로 계속 힘껏 농사일을 계속 하실 부모님을 위해 딱히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부모님 손을 보는 것과  한번 잡아보는 것에서 오는 느낌은 너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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