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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Jul 05. 2016

비오면 생각나는 것들

  오랜만에 하루종일 비가내리고 있습니다. 밤이 되어도 배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공기중에 떠다니는 물방울들이 온 집안의 물건들을 들썩거리게 합니다. 이런 날은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에 앉아 마당으로 비내리는 모습을 보는 멋 또한 낭만적인 것같습니다.

출처 아따광주랑께

 온 산으로 비가 바람따라 이리저리 흩날리는 모습과 마당의 나무들과 꽃들은 적당히 비를 맞고 물기를 받아들이고 감당이 되지 않는 것은 슬쩍 옆으로 흘리면서 자신의 색을 더욱 뽐내고 있습니다.

 외양간에는 느릿느릿 소들이 한없이 겁많은 눈으로 비를 바라보며 자기누울 장소를 골라 앉아 쇠로 만든 지붕위로 떨어지는 요란한 빗소리에 취해 눈을 반쯤 감고서는 여물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여유로운 모습 또 정겹습니다. 

 농부들은 삽 한자루 어깨에 메고선 많은 비에 논과 벼들이, 밭과 밭에 심어둔 작물들을 비를 맞으면서 제 몸보다 더 애지중지 살피고, 외양간에서는 행여나 소들이 비를 맞고 있지 않을까 둘러봅니다.


  어릴적 비내리는 시골집에는 어머니께서 농사일을 하시다가 비가오면 하시던 일을 멈추시곤 가끔 밀가루 반죽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멸치만 둥둥 떠다니는 물만 가득한 냄비에 반죽을 떼어다 던지시고는 밭에서 가져온 약간의 채소를 넣고 수제비를 뚝딱 만드셨습니다. 약간은 서늘한 기분에 수제비를 넘기면 그렇게 몸이 따뜻할 수가 없었습니다. 화려한 재료도 없는대도 시원한 국물 맛과 쫄깃쫄깃한 수제비는 저에게는 별미였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비오는 날 텃밭으로 가셔서 부추를 한움큼 베어 와서는 부추전을 해주셨습니다. 부추만 들어갔는데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전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어려서 못 먹었지만 명절만되면 우리 집 방안에는 누룩뜨는 냄새가 가득했었습니다. 할머니는 제사상에 올라갈 술을 직접 빚었습니다. 그때 할머니께서 빚으셨던 동동주는 이제 맛을 볼수가 없습니다. 그 동동주를 비오는 날 마신다면 어떤 맛 일까요? 어머니께서 텃밭에 가셔서 바로 뜯어온 부추로 만든 전과 할머니의 인생이 담긴 맛을 내는 동동주가 만난다면 세상부러울 것이 없을 것입니다.

출처 동행 그리고 공감

  오늘 아내가 끊여준 감자와 김치가 가득 들어간 화려한 수제비를 보며 어릴적 비오는 시골집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는 날이었습니다. 어릴적 아무것도 없는 수제비의 맛은 지금도 가끔 생각나면 사먹곤 하는 수제비들은 절대 따라올수 없는 것 같습니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것들이 무엇이 있나요? 추억이 많아서 힘드신가요? 비가오면 좋아한 이유가 있나요? 비가 오면 혼자있음을 즐기나요? 비오는 날은 일상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음에 특별함이 없어도 특별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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