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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May 15. 2016

커피 한잔

마음의 여유

  후덥지근한 오후를 시원한 빗줄기가 끝을 맺었습니다. 눈에 보일 정도로 굵은 빗방울이 세차게 내리고 단단하게 굳은 운동장의 흙들을 튀겨냈습니다. 바깥의 시원함과는 달리 학교 복도는 바깥의 후덥지근함이 밀려와더욱 더운 기운을 품어내는  듯했습니다.


  저녁이 되었습니다. 약간의 서늘한 기운이 바람을 타고 복도를 따라 골목 골목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교무실은 지금 전쟁 중입니다. 입시를 상담하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소리들이 오고 가고 있고, 질문을 하러 오는 학생과 습관적으로 교무실을 오는 학생들이 뒤엉키고 가끔은 학부모를 상대하느라 진땀을 빼거나, 부모님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등 교사 또는 부모 사이의 감정의 라인들이 뒤엉키고 있습니다.


  잠시 그친 비는 언제라도 금방 비를 뿌려댈 듯합니다. 바쁨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여유를 찾아봅니다. 커피포트에 물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비워버린 물만큼 나의 감정도 메말라 버린 듯해 마음이 아프고, 그것이 싫어 내가 마실 커피 물보다도 훨씬 많이 커피포트 한가득 물을 담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물 끓는 칙칙 거리는 소리가 이내 들리면서 뽀글뽀글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버튼이 탁한 소리와 함께 세상이 잠깐 조용해집니다. 커피를 쏟아내고 물속으로 타 들어가는 커피를 보고, 그 속을 숟가락으로 휘~휘~저으면서 한 번의 삶의 더 생각합니다.


더운 듯, 시원듯 그 경계선에 더운 커피는 몸속으로 정신 속으로 빠르게 흡수되면서 내 피를 뜨겁게 덥히기 시작합니다. 홀짝홀짝 마시는 커피는 한 번의 목넘김을 거칠 때마다 마음의 여유는 넓어져 갔습니다. 더운 여름 커피를 자제했었는데, 최근에 날씨가 제법 서늘 해지면서 목 넘어가는 커피의 그 느낌이 되살아나 그 기분으로 저녁을 살아갑니다.


함께하는 커피보다는 혼자 즐기는 커피는 내 마음을 진정시킨다. -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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