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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Oct 17. 2016

아이들과 함께 즐긴 가을날의 아빠

괴산 산막이 옛길과 미루마을 숲속의 작은 책방

 비가 온다는 예보는 최소한 점심을 먹기전까지는 유효하지 않았다. 아이 둘을 데리고 떠난 나들이는 많은 장소들을 머릿속에서 기억해내야 했고 그중에서 가장 괜찮은 곳을 판단해야 했다.


함께 배를 타보는 것으로 첫 일정을 잡았다. 많은 사람이 울긋불긋  옷차림으로 단체로 때론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즐거운 웃음으로 걷고 있었다. 산은 아직 단풍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걸어다니는 사람들에 단풍이 들었다.


나들이의 제일 큰 재미는 먹는 즐거움이다. 애들이 원하는 음료수 혼자 들고다니기도 벅찬 크기를 고르고 과자를 고르고 호기심 가는 것들을 대해 직접해보게 하면서 배를 타러갔다. 가파른 언덕은 둘째에게는 약간의 무리와 함께 깨병이 섞이면서 서둘러 걸을 수는 없었다. 옆의 오빠는 씩씩하게 빨리가자고 동생을 보채고 달랬다.

유람선을 타자마자 둘째늘 물이 무섭다며 내 무릎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가 주는 음료수와 과자만 관심을 둘 뿐이였다. 첫째는 배의 흐름과 호수의 물들에 관심을 가지며 궁금함을 연신 이야기를 하였다. 이 수다스러움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신기하다. 이야기를 하고픔을 참는 것은 더 신기하다.

내가 원한 코스는 아니였지만 배를 함께 타면서 그동안 못한 아버지 노릇을 하는 것 같아 나쁘지는 않았다. 호수에 있는 그네는 다른 아이가 타고 있을때는 동경의 대상이였지만 막상 차례가 돌아오니 무섭다 했다. 둘째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우린 이곳에 온지 5분도 채 머물지 못하고 다시 반대편으로 가는 배를  탔다.


배에서 내려 다음 목적지를 향했다. 딸은 이제 배를 안 타도 된다는 안도감에 올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는지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심지어 나뭇가지에 집을 지은 거미까지도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아빠가 나를 업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깨닫고 나서는 그냥 잘 걷는다. 들고 다니기에 무거운 음료수를 꼭 쥐고서. 사실은 오빠가 빼앗아 먹을까봐 아빠가 들어준다는 것도 싫다고 자기가 힘들어도 들고 다니는 것이다.


비가 이제 온다. 나에게는 낭만은 애들에게는 미움의 대상이라 둘 사이의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미루마을 그곳에 있는 '숲속의 작은 책방'이 다음 가볼 곳이다. 애들에게는 늘 책을 가깝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애들에게 책을 고르게 하고 읽게하고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을 사줄 생각이다.


시골길 외딴 곳에 만들어졌다는 마을을 찾아간다. 그동안 한번 와보고 싶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산책삼아 마을을 걷고 싶었다. 이런 곳에 마을이 있구나! 누가 이곳에 마을을 만들자고 했을까?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곳에 마을을 만들었을까?


마을은 옛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약간은 좁은 계곡길을 따라가다보니  끝부분에 마을을 시작하는 푯말이 보였다. 작은 규모의 마을이라 생각했는데 뒷쪽으로 갈수록 부채골 모양으로 집들이 꽤 많이 보였다. 요즘 유행하는 동유럽풍의 기와를 올렸는데 집들의 모양이 거의 비슷해보였다.

내가 찾아갈 곳은 '숲속의 작은 책방'이다. 마을앞 큰 공터에 세워진 높은 건물을 지나는 찰나에 오른편으로 조그맣게 간판이 보였다. 차를 후진해서 세운 다음 애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약간의 비는 왔지만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였다. 남자가 애들을 데리고 가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밑에 집 어르신은 자꾸만 나를 쳐다보았다.


 책방의 마당은 잔디가 깔끔이 정리되어 있었고 마당에 있는 물건들은 제자리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잘 어울렸다. 대문에 집끝까지 깔린 돌을 밟으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지못해 기웃거리고 있으니 옆으로 들어오세요라는 주인의 말이 들렸다. 옆에는 신발이 하나 놓여져있고 그물망이 쳐있었는데 어떻게 들어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아들과 나는 설마 자석으로 된 것인가 싶어 그물을 갈랐더니 집안이 보였다. 집안은 나무로 인테리어 되어 있고 입구부터 책들이 책장뿐만 아니라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화장실입구에도 책이 놓여져있었다. 거실 가운데는 테이블 하나와 나무의자가 길게 놓여져 책을 볼수있게 되어 있었다. 집안 천장 높이까지 책장을 짜 맞추어 놓여있었고 책들이 여유롭게 꽂여있었다. 주인은 마당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나무가 주는 편안함이 책방에 들어선 순간부터 느꼈다.  우리 가족만 이곳에 있었다. 어떤 시끄러운 무언가로부터 방해받지 않아서 좋았다. 애들도 뛰어다니거나 소리지르지 않았다. 이곳은 애들의 감성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애들에게 책을 고르라고 하고 나도 책방 구경을 했다. 그런데 애들에게 책을 고르게 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무리였던 것 같다. 내가 주는 책을 그대로 들고 있었다. 낯선 곳에 쉽게 적응 못하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아들은 의자에 앉아 책을 조금씩 보았다. 글자를 깨치고 나서 드문드문 글을 읽는데 최근에는 제법 잘 읽어 내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두고 있고 싶었지만 애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지겨워했다. 주인 아저씨는 애들이 좋아할만한 책을 가끔씩 골라주셨다. 그중에서 아들 1권 딸 2권 아빠가 고른 책 1권  이렇게 샀다. 그리고 책방을 나왔다.(집에 와서 아이들은 오늘 산 책을 재미있게 읽었고 자는 순간까지도 계속 읽어주었다.)

 밖에는 비가 제법 내려 우산이 있어야만 했다. 나는  대청마루처럼 기능하는 곳에 놓여진 간이의자에 앉았다. 비내리는 시골집에 오랜만에 앉아 비내리는 모습을 감상했다. 커피한잔 막걸리 한잔만 있으면 하루종일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방해받지 않는 이곳이 좋았다. 우리가 이곳에 앉아  있으니 주인은 우리에게 우산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이곳에 왔다가 주인을 잃은 우산이라 했다. 나는 우산이 없어서 이곳을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님을 주인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주인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차 한잔 마시는 것이 내가 원한 완벽한 꿈이였는데 그러질 못한 아쉬움을 다른 방식으로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곳에 살고는 싶지만 아파트가 주는 편안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딜레마가 요즘  따라 커져만 간다. 한편 책을 버려 머니멀라이프를 꿈꾸는 것과도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다.


비가 잦아들자 애들을 데리고 책방을 나왔다. 아까 그 어르신은 비가  와서 그런지 마당에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다시 차를 타고 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커피가게가 보여 내리고 싶은데 그러질 못했다. 차안에서 커피가게 주인과 눈을 마주쳤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곳은 집 모양을 모두 같이 설계한 것 같았다. 그리고 모든 집들은 마당이 딸려 있었다. 집과 마당의 크기와 배치 등의 겉모습은 비슷했지만 집들은 주인들의 개성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가꾸어져 있었다. 튀지 않게 옆집과 이곳의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에  원래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가꾸어진 집들이 주는 변화는 천천히 두고두고 느껴보아야  할 것들이었다.


 마음까지 여유로워지고 평화로워지는 마을이였다. 다음에  한번더 와서 시간을 두고  이곳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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