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에서 일이 잘 안 풀릴 때. 싫은 소리 들었을 때. 누가 나를 무시하는 듯할 때. 주변에서 비합리적으로 밀어붙일 때. 확 관둬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2. 그러나 그렇게 관두는 건 도망치는 것이다. 그 타인(들)으로부터의 도망이다. 내 의지가 아니라 그들 때문이니까. 그런 건 직장을 아름답게 떠나는 방식은 아니다.
3. "삶은 정복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듣고 참 멋진 말이라 생각했다. 더 정확히는 그렇게 사는 모습이 멋지다 생각했다.
4. 아름다운 퇴사란 무엇인가. 굿바이 하는 날. 내 기분은 후련하고 설레고 떳떳하며, 남은 동료들은 아쉬워하고 내 새 출발을 응원하는 그런 장면 아닌가.
5. 퇴사가 후련 떳떳하려면 어찌해야 하나. 일단은 현 위치에서 해볼 만큼 해본다. 악으로든 깡으로든, 본인을 살살 달래 가며 계속 부딪혀 나간다. 그러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살만해진다. 일이 좀 심심해진다. 만약 그 수준까지 왔다면 '해볼만큼 해봤다'로 볼 수 있겠다. 당신은 마침내 현재를 정복한 것이다.
6. 현재 내 세상을 정복했으니 이제 다시 고민하는 거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까. 말까. 이때 나가는 건 도망이 아니다. 이때 나가는 건 나아감이다. 하나의 삶을 정복했으니 또 다른 삶을 정복하러 출항하는 것이다.
7. 언젠가 미래의 내가 퇴사를 한다면 어떤식으로 그만두게 될까. '에잇 더러워서!' 하며 도망치듯 나가게 될까. 아니면 여기서 충분히 해봤으니 다른 도전을 위해 나아가게 될까 (아니면 정년을 채울 수 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삶은 정복하는 것'이란 말을 곱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