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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로 (1)

출근길

by 경경

오늘 난 시인을 보았다.

.


아내는,

오전에 지인을 만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함께 보낼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아내가 약속한 장소는 내 출근 루트의 대형 환승역이었다.


.

아내의 약속 날 아침에,

나는 변화의 보푸라기 하나도 소망하지 못한 채 회사로 향하였다.


요사이 더욱 변화무쌍해진 체력을 일상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숨을 여러 번 고르고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자리에 앉아 늘 같은 얼굴인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표정 같은 건 짓지 않는 모니터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지금 친구하고 약속한 역에 왔는데, 여보.

와…! 정말 붐비네!!!

매일같이 수고가 많아요."


…???


.

난 시인을 보았다.


아내는 약속한 친구를 기다리며 전철역 안을 두리번거렸을 거다.

인파로 북적이는 역 안의 모습을 보며 날마다 그 안에서 치이며 다녔을 한 인간을 가련해하는 시인의 영혼을, 이날 난 아내에게서 보았다.

새삼 삶이 보람으로 다가왔다. 또다시 지구를 둥글게 할 엉뚱한 자신감이 몸속으로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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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 꽃들이 화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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