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언 수프 French Onion Soup

그 첫 만남을 기억한다.

by 이선용

나와 어니언 수프의 인연은 대학교 시절 모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시작되었다.

열심히 떠올려 보지만, 국물의 맛은 기억나질 않는다. 빵 위에 얹어진 그 주~욱 늘어나던 치즈만 기억이 난다. 난 어니언 수프가 특별히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 수프를 즐겨 먹었다. 토마토 수프, 콘 수프를 먹는 것보다 이름도 생소한 '어~니언 수~프'를 주문하면 뭔가 있어 보였다.


어니언 수프와 나는 뉴욕 맨해튼의 브라세리 레 알 (Brasserie Les Halles) 에서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난 어니언 수프는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 많이 달랐다. 길게 늘어지던 치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첫 만남에서 강한 인상을 전혀 남기지 못했던 국물! 그 국물 맛이 이번엔 달랐다. 처음에는 살짝 달콤하면서도 시큼한 맛이 혀끝을 자극하지만, 락밴드의 베이스 기타 같은 녹진함이 그 밑에 깔려 있었다.


이후로도 뉴욕 생활 중, 난 어니언 수프를 종종 만났다. 조금씩 그 맛은 달랐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만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린 앞으로 변하지 않는 맛으로 계속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바로 프랑스의 기본 수프 중 하나인 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요리학교에서 제대로 배운 날이다.




"그렇게 진한 색이 나도록 볶으면 안 돼요. 쓴맛이 날 수 있어요."


불뚝 나온 배 밑으로 앞치마 끈을 둘러맨 우크라이나 출신 셰프 닉 Nick의 말에, 내 옆에서 열심히 양파를 볶던 앤드류 Andrew는 재빨리 불을 껐다. 함께 셰프의 시연을 보고, 같은 레시피로 요리를 한 스무 명 남짓의 학생들. 요리가 끝나고 맛본 서로의 수프는 다 제각각이었다. 재료를 익히는 속도와 정도, 소금을 넣는 시점이나 양 등, 최종 맛을 결정하는 수많은 변수가 이렇게나 다양한 어니언 수프를 만들어 냈다.


적당한 색이 날 때까지 볶아낸 양파의 달콤함, 셰리 Sherry와 레드와인의 은은한 산미, 오랫동안 끓여낸 소뼈에서 우러나오는 비프스톡의 묵직함, 그뤼에르 Gruyères 치즈의 쿰쿰한 향기와 쫀득한 질감. 그 사이 어디선가 균형을 잡고 있던 나의 어니언 수프는 브라세리 레 알에서 맛본 어니언 수프의 꼬마 사촌 동생 즈음 되는 맛이었다.


이 맛을 기억하자고, 이젠 변하지 말자고,

나와 어니언 수프는 약속했다.




어니언 수프


2인분 / 60~70 분


재료

큰 양파 1 개

버터 30g

밀가루 5g

마늘 작은 것 1 쪽

셰리 와인 (혹은 포트 와인) + 레드와인 1/4 컵

육수 500 ml (닭뼈 혹은 소뼈를 우려낸 간이 되지 않은 육수) *

바게트 혹은 사워도우 슬라이스 4~8 개

그뤼에르 (혹은 에멘탈) 치즈 100g

파슬리

소금/후추


* 프랑스식 육수

프랑스 요리의 기본인 육수는 뼈를 오랜 시간 끓여 만드는 fond (영어로는 stock)와 살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끓여 만드는 bouillon (영어로는 broth)으로 나뉩니다. Fond는 다시 뼈를 구워낸 후 끓여 만드는 fond brun과 그대로 물에 넣고 끓이는 fond blanc으로 나뉘죠. 가장 많이 사용되는 뼈는 소뼈(beouf), 송아지뼈(veau), 닭뼈(volaille)입니다.

정통 프랑스식 어니언 수프는 오븐에 구워낸 송아지뼈와 채소와 여러 향신료를 넣고 10시간 이상 끓여낸 fond brun de veau로 만듭니다. 오늘 레시피에서는 프랑스식 육수를 내는 방법까지 소개하진 않습니다 - 개별 레시피로 올릴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양지육수, 소고기 육수를 사용하셔도 맛있는 어니언 수프를 만드실 수 있습니다.




우선, 재료를 모두 손질을 합니다. 양파는 껍질을 벗긴 후, 굵게 채 썰 듯이 잘라주세요. 마늘은 굵게 다지거나 편으로 썰어주세요. 그뤼에르 (혹은 에멘탈) 치즈는 얇게 썰거나 강판에 갈아 놓으세요. 바게트나 사워도우 슬라이스는 토스터나 오븐에서 노릇하게 구워주세요. 파슬리는 줄기는 버리고 잎만 따서 굵게 다져 놓습니다. 버터, 밀가루, 셰리와 와인, 육수는 레시피의 양대로 준비합니다.


재료 손질이 끝나면 요리를 시작합니다. 큰 냄비를 중간 불에 올리고, 버터를 녹여주세요. 버터가 거의 녹으면 채 썬 양파를 넣고 소금/후추로 밑간하여 양파가 숨이 완전히 죽을 때까지 20~30 분 서서히 볶아주세요. 양파가 숨이 죽지 않고 갈색으로 빨리 변할 때는 불을 줄여주세요.


양파를 충분히 볶아서 살짝 드문드문 노릇한 색을 띠며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하면, 불을 조금 올려서 양파를 5~10 분 정도 더 볶습니다. 양파가 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갈색빛이 돌 때까지 볶아주세요. 여기에 다진 마늘을 넣고 1~2 분 정도 마늘의 매운 향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을 때까지 볶습니다. 계속 양파나 마늘이 너무 빨리 타지 않도록 불 조절을 잘해주세요.


밀가루를 골고루 뿌리고 밀가루가 살짝 익도록 재빠르게 저어가며 익혀주세요. 밀가루를 넣는 이유는

수프에 질감과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밀가루는 쉽게 타기 때문에 밀가루를 넣은 후에는 타지

않도록 불 조절을 하며 빠르게 저어 주시는 것이 중요해요.


셰리 와인과 레드와인 섞은 것을 붓고 양이 반으로 줄어들도록 졸인 후, 뜨거운 육수를 넣고 약한 불에서

보글보글 20분간 끓여줍니다. 적당한 농도와 색으로 익은 수프는 맛을 보고 마지막으로 소금/후추로 간을 맞추세요.


(전통적인 플레이팅)

오븐에 들어갈 수 있는 수프 그릇에 수프를 나눠서 담고, 노릇하게 구운 빵 한두 조각으로 수프 볼 윗부분을 덮어주세요. 갈아 놓은 에멘탈 혹은 그뤼에르 치즈를 각 50g 정도 빵 위에 올립니다. 치즈는 빵을 완전히 덮고 수프 볼 윗부분을 전부 덮도록 올려주셔야 해요. 200 도로 예열된 오븐에 수프 그릇을 넣어 치즈가 녹고,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약 10 분 정도 익혀줍니다. 마지막으로 굵게 다져놓은 파슬리를 조금 뿌려주시면 맛있는 나만의 어니언 수프가 완성됩니다.


(이번 레시피의 플레이팅)

얇게 자른 사워도우를 토스트 한 후, 그 위에 그뤼에르 치즈를 올리고 오븐에 구워 치즈 토스트를 만듭니다. 수프를 담을 수 있는 가운데가 움푹 파인 접시에 수프를 담고, 위에 비스듬히 치즈 토스트를 올려주세요. 마지막으로 허브를 수프 위에 올려 장식해 수프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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