혓바늘, 입술 터짐, 그리고 작은 출혈까지
우리는 흔히 불안을 머리의 문제, 심리의 문제로만 여긴다. 하지만 불안은 늘 몸을 경유한다.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속이 울렁거리는 건 이미 익숙하다. 그런데 어느 날은 더 미묘한 방식으로 다가온다. 혓바늘이 돋고, 입술이 터지고, 심지어는 배변할 때 소량의 출혈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불안이 몸에 남긴 흔적일까?
혀, 입술, 항문. 모두 점막으로 이루어진 부위다. 점막은 피부보다 훨씬 얇고 예민하다. 불안과 긴장이 높아지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혈류가 불규칙해지며, 침 분비도 줄어 점막은 쉽게 손상된다. 그래서 혓바늘이 돋고, 입술이 갈라진다. 같은 원리는 장에도 작용한다. 불안은 장 운동을 불규칙하게 만든다. 변이 갑자기 단단해지거나, 반대로 빠르게 밀려 나올 때 항문 점막은 작은 상처를 입기 쉽다. 그래서 출혈은 암이나 큰 질환이 아니라, 그날의 예민한 몸 상태가 남긴 작은 상처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증상이 불안이 가장 심한 날에 겹친다는 점이다. 공황 발작 직전이거나, 공황 불안이 하루 종일 몸을 지배한 날. 혓바늘과 입술 상처, 그리고 작은 출혈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는 불안이 단순히 마음속에서 맴돌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조직에 흔적을 남긴다는 증거다. 몸은 긴장을 기억하고, 가장 취약한 부위에서 그것을 표출한다.
물론 반복적이고 심한 출혈은 반드시 진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시적인 출혈과 점막 손상까지 모두 병리로만 볼 필요는 없다. 이것은 몸이 보내는 신호다. “너무 긴장했다.”, “오늘은 스스로를 돌보라.” 이렇게 이해할 때, 증상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자기 돌봄의 계기가 된다.
불안은 때로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대신 몸이 메시지를 전한다. 작은 혓바늘, 갈라진 입술, 변 끝의 붉은 흔적. 그것은 “오늘은 나를 쉬게 해달라”는 몸의 언어다. 이 언어를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불안은 더 이상 적이 아니라 회복으로 이끄는 길잡이가 된다.
#생각번호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