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과 비틀기

인간 능력의 본질과 교육의 역설

by 민진성 mola mola

문명의 시작은 어디서 왔는가

문명은 인간만의 독점적 능력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식량을 축적하는 습성은 다람쥐에게도 있고, 원시적 농업은 개미에게도 있다. 침팬지는 도구를 쓰고, 까마귀는 갈고리 모양의 막대를 만들어 먹이를 꺼낸다. 돌고래는 이름을 부르며 소통하고, 코끼리는 죽음을 애도한다. 즉, 우리가 문명의 토대로 꼽는 요소들은 이미 자연 속 다양한 종들에게서 발견된다.



차이를 만든 건 메타인지

그렇다면 무엇이 인류를 문명으로 이끌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연결과 비틀기의 메타인지 능력일 것이다.

연결: 서로 무관해 보이는 개념·도구·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힘.

비틀기: 기존 질서를 전복하거나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힘.

이 두 가지가 결합할 때, 도구와 언어, 협동과 신화가 단순한 기능을 넘어 문명적 발화로 이어졌다. 현대 사회에서 “창의성”, “창발”이라 부르는 것들도 결국은 이 메타인지적 작용이다.



근현대 교육의 역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의 근현대 교육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능력을 억압했다.

표준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지식과 정답을 요구한다.

분업화: 과목을 세분화하고, 협동보다 개별 성취를 강조한다.

그 결과, 인간의 힘을 확장하기보다 주어진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능력만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원동력은 바로 “주어진 틀을 넘어 연결하고 비트는 능력”이었다. 교육은 정작 인간 고유의 장점을 축소시킨 셈이다.



창의성 담론의 아이러니

오늘날 사회와 기업은 다시 창의성을 외친다.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시험·점수·경쟁의 논리에 묶여 있다. 사회는 창발을 요구하면서도, 제도는 창발을 억누른다. 이 모순이 현재 인류 교육 체계가 직면한 딜레마다.



교육의 재발명

인류의 본질적 능력은 단일한 지능이 아니라 능력을 조합하고 재구성하는 메타인지였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연결과 비틀기의 교육”이다. 지식의 습득을 넘어, 지식을 새롭게 엮고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힘을 기르는 교육. 그것이야말로 문명을 이어온 인간의 힘을 되살리고, 미래를 열어갈 열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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