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화이트헤드가 다시 정의한 ‘존재’라는 말

by 민진성 mola mola

존재는 ‘있다’가 아니라 ‘결정되었다’이다

우리는 흔히 존재를 이렇게 생각한다. 무언가가 ‘있으면’ 존재하고,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화이트헤드에게 존재는 단순히 ‘있음’의 문제가 아니다. 그에게 존재란 이 세계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될지 결정된 결과물이다. 아직 어떤 모습으로 될지 정해지지 않은 것은 존재가 아니라, 가능성의 장에 머문다.



결정되지 않은 것은 ‘잠재성’이다

화이트헤드는 세계를 두 층으로 나눈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가능성들의 영역

이미 결정되어 현실이 된 사건들의 영역

아직 ‘무엇이 될지’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존재가 아니라, 잠재성의 라이브러리에 들어 있다. 우리가 말하는 모든 ‘것’들은 이미 결정되어 현실이 된 사건들의 연쇄다.



모든 존재는 ‘결정된 사건’이다

원자, 돌, 나무, 사람, 사회, 제도, 언어, 규칙. 이 모든 것은 ‘결정된 사건’들이 이어져 굳어진 결과물이다. 세계는 ‘있다/없다’로 나뉘지 않는다. 세계는 ‘결정되었는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가’로 나뉜다.



결정은 선택이 아니라, 존재가 되는 과정이다

화이트헤드의 결정은 의식적인 선택이나 자유의지의 표현이 아니다. 그의 결정은 이 사건이 자기 자신이 되어 가는 방식이다. 모든 사건은

이전 세계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며

그 결과로 자기 자신이 된다

이 전체가 바로 ‘결정’이다. 존재는 먼저 있고, 나중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결정되는 것이 곧 존재가 되는 것이다.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 세계에서 자유는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자유는 어떤 방식으로 자신이 될 것인가에 대한 여지다. 돌도, 원자도, 나무도, 인간도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 자신이 될 자유’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그 자유의 밀도가 가장 높은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존재는 항상 진행형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결정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완성된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결정되어 가는 중인 존재들이다. 화이트헤드의 세계에서 존재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조용히 자신이 되어 가고 있다.




#생각번호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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