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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즈 Oct 10. 2020

쌍둥이 아빠 육아 생존 100일의 기적은 일어날까?

극한 쌍둥이 육아에서 살아남기

 이 기록은 나와 우리 가족, 이란성 남자 쌍둥이에 대한 나의 기록이자 육아 철학이며, 현실적인 육아의 현장이다.


 (이번 글은 쌍둥이가 태어난 후 46일부터 약 100일까지의 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꼬물이에서 점점 아기가 되어가는 시기 D+50


 아빠 닮은 1호, 엄만 닮은 2호 쌍둥이가 생후 46일이 되자 자는 시간과 수유 텀이 이전보다 좀 더 길어졌다. 그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부부가 쉴 수 있는 시간도 점점 늘어간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밤에 계속 자는 시기가 온 것은 아니다.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만 낮에 수유를 하고 나면 내가 팔로 안아주거나 따뜻한 품에 안겨서 잠들기가 일쑤다. 아기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따뜻한 품이 그리웠는가 보다.


아기 바운서의 유용함은 부모의 품을 잠깐 떠나 찰나의 쉼을 준다는데 있다 @쏠파파

 가끔은 정말 손이 모자라 어쩔 수없이 바운서를 태우기도 하는데 정말로 피곤한 날이 이렇게 바운서 위에서 잠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재우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너를 재운 이 못난 아빠를 용서해라. 이 아빠도 살아야 한단다. 이 사진 보고 이러면 안 될 텐데 하시는 어머님들.... 네.... 저도 알아요.)


 젖꼭지는 아직까지 제일 작은 S 사이즈를 쓰고 있다. 혹시나 해서 M 사이즈로 줘 봤더니 양이 너무 많이 나와서 먹기가 힘든 것 같았다. 먹기가 힘들다는 것은 빠는 힘에 비해 분유가 많이 나와서 한 번에 다 삼키질 못하고 입 밖으로 흘러내리거나, 가끔은 컥컥거리며 기침을 한다는 것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그게 잘 먹고 있어서 그런 줄...(아내의 등짝 스매싱으로 그게 아니었구나를 깨달음) 남자들은 어떻게든 빨리 먹여서 애를 재울 생각뿐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아마 일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아빠들은 그런 맘이 있지 않을까?



첫 초음파 속 두 꼬물이들은 이렇게 점점 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쏠파파

 손과 발은 이렇게 꽁꽁 싸매서 얼굴에 상처를 내거나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해 두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기들은 무의식적으로 손발을 휘두르면서 얼굴의 여기저기에 손톱으로 상처를 내기 쉽다. 더 정확하게는 내 얼굴에도 스크레치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시기의 아기에게 손가락과 발가락은 없고, 그냥 손과 발만 있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안전한 일이다.


 2호 녀석은 몸집이 1호보다 좀 많이 커서 이 시기부터 속싸개와 배냇 저고리는 졸업하고 상하의로 나뉘어 있는 실내복이나 내복으로 갈아입혔다. 거의 생후 50일을 전후로 해서 배냇 저고리는 졸업하기 때문에 그 시기를 전후로 해서 계절에 맞는 실내복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그래서 아내도 미리 옷을 주문해두고 배냇 저고리를 졸업하자마자 입혀주었다.



거의 이렇게 울어재끼는 모습이 쌍둥이 육아의 가장 보편적인 현실, 아기 울음과 친해져야 한다. 안그럼 정신이 피폐해지니까 @쏠파파


 보통 생후 한 달 정도까지는 목욕을 하고 나서도 특별히 따로 로션을 발라주지 않았다. 여전히 몸 여기저기에 태지가 많이 있고, 또 혹시나 피부에 자극이 되지는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기 유아 로션을 발라주었다. 몸에서는 이미 태지가 사라진 지 오래고, 하루가 다르게 몸집은 커지면서 계절은 더 건조하고 따스하게 바뀌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생아 때는 이런 로션 종류가 그렇게 몸에 좋지는 않아서 굳이 발라주지 않았는데, 이제 어느 정도 자라 고나니 씻고 난 후에 피부가 더 건조해지는 것 같아서 약산성의 부드럽고 저자극인 로션을 발라주었다. 그런데도 씻기고 나서 로션을 발라주고 옷을 입히는데 얼마나 발버둥 대며 울어대는지 정신 병원의 환자들을 침대에 고정시키듯 한 사람은 손 발을 잡아주고, 또 한 사람은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혀야 할 지경이었다. (뭔 아기가 이렇게 힘이 센지... 남자라 그런지 확실히 힘이 남달라)


흡사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암스트롱과 같은 우주 복장 같기도 @쏠파파

 이 시기가 되면 한 번에 보통 수유를 할 때 80~100 정도를 먹더라. 항상 셀프 수유 베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사실 첫 애 키울 때, 단태아 일 때는 이런 육템이 있는 줄도 몰랐고, 필요도 없었다) 손이 하나 모자랄 때나 급하게 집안일을 해야 할 때는 이렇게 두 녀석 입에 젖병을 물려놓고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다른 일을 하면 조금 수월한 편이다. 그렇지 않으면 온 집안이 돼지우리나 가전제품과 가구가 공존하는 창고처럼 되고 만다. 그러니 쌍둥이 엄빠들은 어쩌겠나. 손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쌍둥이는 거의 50일이 지나가니 젖살이 두 볼에 빵빵하게 차 올라서 귀여움이 극에 달한다. 그래서 이 시기가 되면 이제 좀 아기 같은 그런 면모가 여실히 보인다. 그전까지는 사실 손발이 삐쩍? 마르고 배만 불뚝 나와 있는 것이 무슨 올챙이 같기도 하고, 매미 같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50일 정도가 되니 팔뚝과 허벅지에 제법 살이 오르고, 또 얼굴이 살이 찐 건지 아님 매일 먹고 자서 부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볼이 빵빵해진다. 저 빵빵한 볼을 비빌 때의 그 부드러움과 따뜻함에 부모는 아기 키우는 맛을 느낀다.

얼마나 사랑스럽게 이쁜지 볼 살이 더 빵빵해질수록 부모의 마음도 더 빵빵해지는 것이 신생아 육아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울지 않고 한 시선이 담긴 사진은 수 십 장 중에 한 장 건질까말까다 @쏠파파

 그리고 드디어 맞이한 생후 50일!!! 생후 50일 기념이라고 둘이 똑같은 노랭이 옷을 입히고 이래저래 집에서 셀프로 사진을 찍어봤다. 사진을 많이 찍어두니 확실히 나중에 아이가 커서도 보여주기가 좋고, '내가 너를 이렇게 키웠다'라고 생색도 내기에 아주 좋은 증거가 되었다. 그리고 사진을 매일 찍어서 비교해보면 처음보다 얼마나 자랐나도 쉽게 알 수 있기에 나는 집에 있는 동안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댔다. 이런 것도 일종의 기록의 습관인 것이지만 말이다.

 

 이란성쌍둥이라 이렇게 똑같이 옷을 입혀놔도 얼굴이 완전히 다르게 생겨서 그런지 확실한 차이가 있다. 그래도 옷이라도 똑같이 입혀 놓으니 좀 쌍둥이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빠~화이팅!" 그 손 당장 내려.....@쏠파파

 

 집에서 뭐 그리 긴 시간을 사진 찍은 것도 아닌데 쌍둥이는 벌써 졸린 듯이 눈을 감고 말아 버린다. 하기야 사진을 찍는 일이 신생아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냥 배고프면 울고, 먹다가 자고, 그리고 깨어나서 부모의 품을 찾는 것이 아가의 일인데 말이다. 그저 부모의 만족인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그래도 나중에 다 자란 쌍둥이와 함께 이 사진들을 볼 날을 기대하며 30분 동안 열심히 찍었다.  


 그렇게 사진 촬영을 끝내고 나도 잠시 앉아 있는데 너무 잠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까지도 밤에 쌍둥이가 한 번에 길게 자지 않기 때문에 새벽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눈밑에 다크 서클과 함께 항상 만성 피로를 달고 살게 되었다.


누가 누구를 재우는 건지 @쏠파파

 이렇게 나는 먹이다가, 또 애는 먹다가 서로 앉아서 잠이 드는 때도 있다. 이게 쌍둥이 육아의 찐 현장이다. 군대 이후로 서서 자거나 앉아서 자는 거 참 오랜만이다.


 그래서인지 50일까지는 참 시간이 가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만성 피로에 잠이 쏟아지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며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육아 피로... 인간이 좀비로 점차 변해가는 시기이다.

 4년 전 나 혼자 해외로 출장을 수없이 다닐 때, 홀로 독박 육아로 첫 애를 키우며 아내가 힘들어할 때 나는 아내에게 다른 집도 애들 다 그렇게 키우는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 하던 나 자신이 불현듯 생각났다.

 육휴로 쉬면서 직접 내가 해보니까 그때의 나 자신에게 돌아가 귀 빰떼기를 한 대 갈겨주고 싶다. 혹여나

내 주변에서 누가 그 딴소리를 하면 멱살을 잡고 유도의 업어치기 한판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건 진심이다...ㅎ


 역시나 인간은 지가 직접 경험을 해봐야 깨닫는 미련한 동물이다.

 (세상 모든 아이 엄마들이여. 당신네들은 가장 위대한 육아의 현장에서 피와 땀을 흘리는 훌륭한 전사이자 진정한 숨은 영웅이십니다. 용기와 힘을 내시길...)


열심히 각자의 업을 수행하고 있는 중 @쏠파파

 그랬거나 말거나 우리 쌍둥이들은 언제나 내 얼굴만 쳐다봐도 해맑다. 저 해맑은 웃음에 삶의 때 같은 것이 어디 있겠나. 그저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울고, 싼다. 그것이 쌍둥이들의 업이자 삶이 것이다.  

 똥도 둘이 번갈아 가면서 얼마나 푸질게 싸 대는지, 하루에도 몇 번이나 기저귀를 가는지 모르겠다. 신생아 쌍둥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바로 분유값과 기저귀 값이다.

 쌍둥이 1호는 태어날 때부터 뭐가 민감한지 분유를 좀 싼 걸로 바꿔보려고 시도도 해봤지만 장트러블이 생겨서 조리원에서부터 먹이던 최고급 산양분유를 바꿀 수가 없었다.


엄마 젓이 아니라서 미안 @쏠파파

 이거 800g짜리 큰 거 한 통에 거의 4만 원인데 그 조그만 놈이 일주일에 한 통씩 먹는다. 한 달이면 16만 원이고, 여기에 둘째 녀석 분유까지 합치면 분유값만 한 달에 30만 원이다. 최소한 말이다!


 거기다 50일 전까지는 오줌과 똥을 얼마나 자주 싸는지 하루만 지나도 쓰레기봉투 20리터짜리 하나가 기저귀로 가득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엄청나게 먹어댔다. 덕분에 태어난 지 2달 만에 2호는 5kg을 가뿐히 넘겼고, 1호 녀석도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그래서 지난번에 영유아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었을 때 몸무게를 비교해 보니 2호가 상위 5% 안에 드는 우량아로 급부상해버렸다. 쌍둥이는 보통 우량아 힘든데, 몸무게가 늘어날수록 앞으로 자라면서 얼마나 더 많이 먹어댈까, 그 식비는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현실적인 상상이 나를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너희들이 밤낮으로 먹고 자고, 싸는 동안 이 쌍둥이 아빠는 어떻게 하면 이 육아의 지옥에서 생존할까를 수도 없이 고민했단다.




 신생아들은 왜 우는 것일까? D+60,70


잘 때는 이렇게 이쁘단 말이야 @쏠파파

 쌍둥이 출산 두 달이 지나가면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서 정리해 보았다. 머릿속으로나마 아기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이유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그나마 남아 있는 정신줄을 놓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보통은 이 시기 때 신생아들이 우는 이유는 뻔하다.


첫 번째, 나 배고프다.

두 번째, 나 잠 온다.

세 번째, 아빠 나 똥 쌌어.

네 번째, 아프거나 피곤해서.

마지막으로 덥거나 추워서 혹은 이유가 없음.


 첫째 녀석 육아 이후 쌍둥이 둘을 관찰한 결과, 거의 위의 5가지 이유에서 벗어나질 않더라. 이는 신생아의 유일한 표현방법이 우는 것과 얼굴 표정의 강도인데, 느끼고 있는 것을 울음의 색깔과 크기로 표현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끊임없이 들어본 아기의 울음소리를 통해 나는 위의 5가지 이유에서 나오는 울음소리가 아주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이미 벌써 애 셋의 우는 소리를 경험했기에 조금 더 객관적이지 않나 싶다. (쌍둥이 위로 5살 누나가 있습니다)



길면 5초를 울다 뚝! 지금 생각해보니 니가 참 효녀였구나 @쏠파파


 첫째는 사실 그렇게 울음이 많지 않았다. 울더라도 정말로 아픈 경우가 아니고는 짧게 울고는 말았었다.

하지만 이 쌍둥이 녀석들은 정말로 어마 무시하게 운다. 5초가 아니라 5시간이라도 쉬지 않고 울 기세로

본인이 원하는 것이 채워질 때까지 운다. 그래서 가끔은 얼굴에 열이 나고 붉어질 때가 있는데 그럼 엄청 많이 운 거다.


둘다 배가 엄청 고프다는 울음소리. "밥 달라고, 밥!밥!밥!" @쏠파파

 특히나 배가 심하게 고플 때나 어디에다가 약간 몸에 충격이 가해 지거나 몸이 아플 때는 정말로 목놓아 운다. 이렇게 우는 시간이 지속되고, 그것도 두 명이서 동시에 울어대면 아무리 멘털이 좋은 부모라도 속에서 천불이 나고 알 수 없는 화가 저 밑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며, 마음이 다급해지기 마련이다. 나는 그렇지 않겠지라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애 셋을 동시에 키우면서 같이 울어재끼는 소리를 10분만 들어보라 그러면 자기 내면에 숨겨진 화와 짜증과 조우하게 될 것이니...


 다른 어떤 큰 소리보다도 신생아가 보채는 울음소리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아무래 내 자식이라 해도 인간은 참는데 한계를 느낀다. 아기는 배가 고플 때는 눈을 질끈 감고 입을 벌리며, 입술을 톡톡 치면 밥 달라고 입을 벌리면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운다.


 그리고 밥을 다 먹고, 트림을 한 후에 잠이 오려고 하는 피곤함이 몰려오는 때 우는 소리는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 잠깐잠깐씩 응~~ 애 하면서 짜증을 낸다. 그걸 편안히 잠들 때까지 반복하기 때문에 어르고 달래서 잠을 재우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많은 부모들이 아기띠를 메고 아기를 재우는 순간,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어느 정도 안아줬는데 여기서 눕혀 놓을까? 아니면 더 깊이 잠들 때까지 더 안고 있을까?'의 기로에 말이다.  만약 아기띠를 풀어 이불에 눕혀서 아기가 잔다면 자유와 해방을 맛보겠지만, 만약에 그것이 실패하고 아기가 다시 운다면 방금 해왔던 일련의 힘든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그 순간의 실수가 밤 시간의 그나마 있는 수면 시간을 폭망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도 항상 고민이었다. 어느 정도가 되었을 때 내려놓는 것이 맞을까 하고.


 낮이야 그렇게 길게 자지는 않지만 그래도 잠을 곤히 재우고 나서 먹는 혼자만의 커피 한 잔이 그렇게나 맛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나는 최소한 20분~30분 정도는 안아주고 눕혀놓는다. 물론 이것도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아내와 나는 늘 쌍둥이 하나씩을 몸에 달고 산다. 그리고 아기가 아기띠에서 잠이 들 때면 이 선택의 기로에서 긴장한다.


 가끔은 아내가 너무 피곤해 먼저 잠들고 나 홀로 쌍둥이를 봐야 하는 시간이 온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제발 둘 중 하나라도 잠들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두 녀석은 항상 울음으로 자신의 모든 욕구를 내게 쏟아내며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의 인내심의 한계와 맞닥뜨려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아이들이 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아기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이고, 날로 자라는 자아의 표현이자,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로서 그 본능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이해해주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아기를 잘 길러내야 하지만 그게 참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육아에 있어서 이론과 실제가 같다면 누구라도 육아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애들을 잘 키워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이론은 새우깡과 진짜 새우와의 차이만큼이나 컸다.


여긴 집인가 감옥인가... 내가 빠삐용도 아니고 참 @쏠파파

 여전히 나는 문 밖으로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이렇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쌍둥이 신생아 육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쌍둥이의 끊임없는 울음소리 속에서 육아의 현실과 이론 사이에서 답이 없는 문제를 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60일이 지나고 70일이 지나 따뜻한 봄꽃이 핀 어느 날 드디어 첨으로 바깥나들이를 다녀왔다.

당연히 쌍둥이가 자는 한두 시간 찰나의 시간을 이용한 나들이었지만 그래도 오랜 겨울잠을 깨고 굴 밖을 나온 곰처럼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봄의 전령사 벚꽃 @쏠파파


 나와 아내는 오랜만에 봄의 정기를 가득 머금은 벚꽃구경도 하고 바깥공기를 마시니 좀 살 것만 같았다. 꽉 막혀 있던 생기의 파이프에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쌍둥이들은 짧은 30분의 나들이 시간 동안 깨지 않고 유모차에서 곤히 잠을 자 주었다. 그것이 내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렇게 부모는 바깥세상의 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좀비처럼 육아를 하는 동안 쌍둥이는 하루가 다르게 더 건강히 무럭무럭 자라주었다. 처음 2달 만에 5kg을 지나더니 100일에 가까워지니 6kg까지 육박하게 되었으니 쉽게 말해 3달 동안 처음 태어났던 자기 몸무게가 두 배가 돼버린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아기들이 정말로 빨리 자라는 것이 확실하다. 부모의 체력과 육체를 쌍둥이가 먹고 자란 것이다. 그거면 되었다. 


 그리고 75일이 지나던 어느 날 2호 녀석이 일명 '주먹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밥을 먹고도 시도 때도 없이 자기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야금야금 빨아댔다. 보통은 100일을 전후해서 이런 '주먹 고기 먹기' 현상이 나타는 법인데 아무래도 2호 녀석이 1호보다는 발달이 조금 더 빠른 듯했다. 실제로 키나 몸무게도 더 나가고 뒤집고 기어 다니는 것도 먼저였다. 같은 배에서 같은 시간에 태어나도 이렇게 다른 것이 인간의 아이의 신비인가 보다.  


 또 처음에는 크게만 느껴졌던 신생아 목욕통이 이제는 거의 딱 맞는 크기가 되어버려서 나를 또 한 번 더 놀라게 만들었다. 아마도 100일이 지나고 나면 저 목욕통도 작아서 못 쓰지 않을까 싶다.




100일의 기적이 나에게도 일어날까? D+80,90


 80일이 지나자 놀랍게도 쌍둥이가 밤에 잠을 거의 풀로 자기 시작했다.

 전날 밤 10시나 11시 사이에 잠이 들면 한 녀석은 아침 6~7시쯤에 깼다. 하지만 한 녀석은 아직도 중간중간에 한두 번씩 깨어나서 수유를 하고 다시 잠이 든다. 역시나 기대했던 100일의 기적은 쌍둥이에게 함께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니 쌍둥이에게 100일의 기적은 동시에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인가?


 그래도 처음보다는 잠을 길게 많이 자주니 밤에 피곤함이 훨씬 더 줄어들었다. 그리고 수유 텀도 처음보다 많이 늘어났고, 한 번에 120~140ml까지 먹으니 밤에 더 깊이 오래 자는 것 같다.


 또 낮에도 아침과 점심때 수유를 하고 나면 꼭 2~3시간씩 낮잠을 길게 자주니 그때만큼은 육아에서 잠시나마 해방을 맞이할 수 있게 되어 육아 동지인 아내와 쓴 커피 한 잔이라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감사와 여유인지 좀 사람다워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넌 뭐냐?  @쏠파파

 

그리고 이때 신생아의 청각과 시각이 확실하게 열리기 때문에 이런 모빌이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된다. 수유를 하고 트림시키고 난 다음에 이런 모빌을 한 10~30분 정도는 보고 있더라. 그래서 또 한결 육아가 수월해졌다. 점점 좀비에서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시기인 것이다.  


 그리고 하체에 힘이 더 실려서인지 어린이 체육관도 힘차게 발로 찬다. 두 녀석 다 남자라서 그런지 첫째 딸보다 확실히 허벅지 두께가 장난이 아니게 두껍다. 모든 아빠들은 이런 아들의 허벅지를 바라보면서 나중에 운동이나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무엇을 하든 튼튼히 만 빨리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만 주어서 너무나 고마울 뿐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게 세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있다는 현실 감각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감사와 감동에 벅차 있다. 인간은 소우주라는데 내게서 벌써 세 개의 우주가 탄생했고, 또 부모가 좀비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동안 그 우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확장시키며 성장하고 있다는 나의 육아 철학 속에서 지금의 나의 존재를 찾는다.


 남들은 애를 못 낳아서, 또 낳아도 아들이, 혹은 딸이 없다고 난린데 이렇게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은 나는 진정 전생에 나라를 얼마나 많이 구했단 말인가? 아직까지도 밤에 쌍둥이가 함께 풀잠을 자는 100일의 기적은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아이들과 이 하루를 살아가는 오늘이 내게는 진정한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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