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즈 Jan 17. 2022

괜찮아 아빠가 있으니까!

  딸아이가 올해로 벌써 7살이 되었다. 내가 어린 시절 인생의 생생한  경험들을 기억할  있었던 나이...

 

 제주의 겨울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없지만 그래도 육지보다 바닷바람이 매서워서 생각보다 춥다. 그래서인지 올해 겨울이 시작되고  다음부터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거의 나가지 않은  같다. 물론 날씨가 추워서 일수도 있지만 쌍둥이 녀석들이 너무 자주 감기에 걸린 탓에  감기가 들까  걱정이 되어서  바깥출입이 없었던  같다.


 어제도 하루 종일  안에서만 뒹굴거리던 큰 딸아이 모습이 안쓰러워 오늘은 온 가족이 점심으로 아내가 만들어준 맛있는 파스타를 양껏 먹고는 쌍둥이를 겨우 낮잠을 재웠다. 그리고는  딸아이와 함께 둘이서 오랜만에 데이트를 나섰다. 데이트라고  것도 없는 것이   바닷가에 전망 좋은 카페에 가서 녀석이 좋아라 하는 딸기 케이크 하나  먹이고, 나는 따뜻한 커피  잔을 먹고 오는 일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쌍둥이 깨는 시간에 맞춰 돌아가려면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집을 나서는데 역시나 예리한 칼날처럼 바람이 두 뺨에 매섭게 불어닥쳤다. 얼른 차에 올라 바로  카페에 도착해 항상 주문해 먹던 딸기 케이크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잔을 시켰다.


 카페 입장에서는 우리 같은 손님이 호갱일 법도 하다. 케이크 하나와 커피 한 잔에 17000원이라는 값을 치렀지만 딸아이는 게 눈 감추듯 재빨리 케이크를 다 입 안으로 밀어 넣고는 '아빠, 이제 다 먹었으니까 가자!'라고 말하고는 카페를 나와버리니까 말이다.


 나는 아직도 커피가 뜨거워서 다 먹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맞받아쳤다.


"아니 지금 밖에 바람도 이렇게 많이 불고, 춥기도 한데 어디 가자는 건데? 그냥 여기 있으면 안될까?"


 한참을 생각하더니만 평소에 자주 가던 동네의 놀이터가 생각났던지 이렇게 말한다.


"아빠, 그럼 우리 거기 연못 놀이터 가는  어때?"


 나는 이 추운 겨울바람에 행여 딸아이가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대꾸한다.


"지금은 겨울이고, 밖에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추워서 놀이터가 가면 아무도 없을 텐데 그래도 가고 싶어?"


 그러나 나를 빤히 쳐다보며 눈이 동그래져가지고는 이렇게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때리는  마디를 하고는 배시시 웃는다.


괜찮아!
아빠가 있으니까!
"

 세상에나!

 이처럼 사랑스러운 말이 도대체 어디 있을까?


 나는  17000원보다  소중한 딸아이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얼른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들고서 연못 놀이터로 향했다. 그리고 제주도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아이와 술래잡기,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며 정말 오랜만에 함께 재미있게 다왔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더없이 소중하게만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나도 딸아이에게 앞으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네가 어떤 상황에 맞딱들이더라도,

괜찮아! 아빠가 있으니까! "라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게 육아 대디 우울증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