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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Jun 11. 2024

중국인도 당하는 보이스피싱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올해 새해에 오랜만에 켠 한국 핸드폰에서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5통의 전화가 왔다. 공통적인 건 00633 번호가 똑같았고, 뒷자리의 번호가 계속 바뀌었다. 006은 SK텔레콤의 국제전화 식별번호였고, 33은 국가번호, 즉 프랑스에서 걸린 전화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또, 문자로도 스팸 메시지가 오기도 한다. 국제 발신에 google 콘텐츠 이용료를 결제했다는 내용이 오기도 하고, 한국의 큰 카드사 이름으로 결제가 되었다며, 전화번호가 적혀있고, 그곳으로 전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남편과 아이를 포함하여 나 역시 게임이나 앱을 돈 주고 스팸임을 짐작하고, 속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을 당하면 늘 어딘가에 노출된 나의 개인정보가 불안하긴 하다. 

Mollie's phone

신혼 때에 직접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돈거래 직전까지 갔던 경험이 있어서 설마 내가 당하겠냐 싶지만은, 막상 여러 그럴듯한 수법으로 다가오는 보이스피싱의 유혹은 순간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이미 중국에서도 온갖 곳에서 여권과 전화번호의 제출을 요구받았어서 우리의 개인정보는 털렸을 거라고 예상은 하지만 말이다. 



보이스피싱은 한국에서만 당하는 줄 알았는데, 남편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중국에서 중국인들도 보이스피싱을 당한다는 사실에 의아했던 적이 있다. 남편은 지인이 당한 스토리를 전달하며, 연거푸 당부, 아니 잔소리에 가까울 정도로 무조건 돈을 요구하면 끊으라며 신신당부를 했었다.


중국인 부부인 지인의 아내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상대는 지인의 아내에게 우리는 금감원 직원이고, 당신의 아이가 틱톡에서 결제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당신이 큰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달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은행 측에 연락해서 이를 막아주겠다며, 이를 실행하지 않으면 당신은 곧 거액의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달했다고 한다.


당황한 지인의 아내는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따르기 시작했고, 상대가 지시한 내용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거액의 돈이라는 말에 아내는 이성을 잃고, 순한 양이 되어 시키는 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켜고, 거래 은행에 들어가서 대출을 받고, 그 돈을 상대에게 이체를 해버렸다. 총 2군데의 은행에서 대출 신청을 했고, 1군데는 대출이 지연되어서 기다리는 상황이었고, 나머지 한 곳은 하필이면 대출이 바로 진행되어 중국돈 40,000 rmb, 즉 한화 약 800만 원의 돈을 대출을 받고 상대의 계좌로 이체했다.


잠시 뒤에 연락을 주겠다며 사기꾼은 전화를 끊었고, 당연히 그는 잠수를 탔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연락이 안 되면서 뒤늦게 이상하게 여긴 아내는 그제야 보이스피싱인걸 알았다고 한다. 중국인 남편은 중국 경찰서에 가서 신고도 하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지만, 그 사기꾼들을 찾을 방법은 없었다. 정신이 돌아온 아내는 그 황당한 사건을 돌이키며 지금 생각하면 받아들일 수 없는 비상식적인 내용이지만, 당시에는 아이를 매개로 하여 돈에 대한 겁을 주니 본인도 헛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전업주부라서 대출 한도가 낮았고 타 은행은 대출 심사 기간 지연으로 인해서 대출이 빨리 되지 않아서 그나마 또 다른 손해를 면했다. 


이 중국 남편의 또 다른 지인은 그래도 다행이라며, 당시에 다른 중국인은 90만 rmb, 한화 약 1억 8천만 원에 달하는 큰 금액을 보이스피싱으로 당해서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다고 한다. 듣자마자 놀래서 입이 안 다물어지는 금액이다. 그 큰 거액의 돈을 보이스피싱을 당해서 아직도 월급을 받으면 그 돈을 갚느라고 허덕이고 있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자신의 금액은 그에 비하며 새발의 피라서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아이가 다쳤다고 하거나, 현재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있으니 치료비를 요구하거나 들으면 믿을 수밖에 없는 사기 스토리로 현혹할 수 있으니 돈을 요구하면 무조건 끊으라고 말이다. 


한동안 한인사회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환전사기 외에도 보이스피싱을 주의하라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에 온 이후로 어디서든 여권 정보를 당당하게 요구하고, 코로나 때도 모든 정보를 다 가져가는 통에 중국살이하며 농담으로 "우리의 개인 정보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정말 집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모르는 전화번호로부터 자기랑 계약을 하자며 전화가 오기도 한다. 어디서 내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섬뜩할 때가 있다.


해외살이를 하면 한국 현실과 동떨어져 살다 보니 가끔 이성적 판단이 흐려져서, 주변의 친한 지인으로부터 돈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계약금을 날리기도 하고 여러 일들을 보면서, 항상 돈거래는 조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지멀쩡한 사람들일 텐데 열심히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벌어야지 왜 남의 돈을 쉽게 갈취하려고 하는지, 마음 불안해하며 남을 속이는 게 무섭지도 않은지,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보이스피싱이 중국에서도 자국민들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상황을 보며 더욱더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 때 중국의 외국인에게 핸드폰 사기를 당했던 적이 있어서, 그 일로 손해를 봤지만,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말고, 보이스피싱에 주의해야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중국인이 마음먹고 우리를 속이려고 해도, 우리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팅부동"하고 끊어버리니 이럴 때는 중국어를 모르는 게 속 편한 것 같기도 하다.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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