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llie 몰리 Jun 04. 2024

중국, 짝퉁이 판치는 나라

짝퉁이 문화인 나라

중국? 하면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짝퉁'이다. 즉 진품을 그대로 복사해서 만든 '이미테이션'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산되고, 유통되어 거래가 되는 곳이다. 한국에서도 시장에 가면 누가 봐도 가품인지 뻔히 보이는 제품들을 팔기도 하지만, 이곳엔 내가 진품인 줄 알고 구입을 했는데 짝퉁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짝퉁의 천국에 처음 왔을 때, 엄마들 따라서 한국인이하는 짝퉁 매장을 멋모르고 따라가서 왕징의 한인타운에 살면 너도 나도 들고 다닌다고 하는 '왕징지갑'과 에코백을 따라서 구매했었다. 다들 한 두 개씩 구매하는 분위기였어서, 안 사기도 애매해서 그나마 늘 손에 쥐고 다니는 지갑과 학원 다닐 때 쓸 에코백을 구매했었다. 오래전 일이라서 가물가물하지만 가격은 지갑은 50 rmb, 에코백도 100 rmb였던 걸로 기억한다. 한화로 계산하면 1만 원에서 2만 원도 안 하는 저렴한 가격에 명품 로고가 찍힌 지갑과 가방이다. 물론 몇 개월 쓰다가 가방은 검은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지갑도 금방 해져서 그 뒤로는 구매하지도 않았고, 원래도 명품을 잘 몰라서 뭐가 좋은지 눈에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냥 가볍게 중국 체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엄마들 사이에서 한국의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준다며 짝퉁 지갑, 거울, 장바구니, 가방, 옷 등이 귀국 선물로 인기라는 걸 처음 접하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한국에 잠깐 들어가거나 귀국을 하게 되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줄 기념품이나 선물을 고민하게 되는데, 빠이주와 같은 주류, 샤오미 제품이나 한국보다 저렴한 물건 외에는 마땅히 사갈 게 없는 중국에서는 이 짝퉁이 기념품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금도 매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챗에서 한국인 또는 중국인들의 이미테이션 판매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숍은 귀국 선물 위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많고,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숍은 루*, 샤* 등의 명품을 특 A급으로 만들어서 짝퉁치고는 비싼 가격에 팔기도 한다. 나도 한 번 한국에 들어갔을 때 기념품으로 사본 적이 있는데, 그냥 중국에 사는 사람이 한 번쯤은 줄 수 있는 기념품으로 가볍게 줄 수 있는 물건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 짝퉁 선물, Photo by Mollie


중국 베이징 시내에 '짝퉁시장'이라고 불리는 Silk Street(秀水街, xiushuijie)가 있다. 지하철 1호선 융안리 쪽에 위치해 있는데, 여행책자에서 베이징 여행 시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하기도 하지만, 작년에 가본 경험으로는 우리가 처음에 왔을 때보다 상권이 많이 줄은 모습이었다. 또 그곳에서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면, 태그도 없는 가짜 가방을 몇 배로 비싸게 팔아서 기분 나쁜 거래가 되기도 하고, 흥정하는 과정에서 괜히 주인이 센척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내쫓는 경우도 있어서 굳이 가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또, 물건도 구경하다가 그냥 나가면 시선을 홀리듯 데리고 가서 좋은 물건이 있다며, 어디 구석 창고나 서랍에서 더 좋은 물건이 하나씩 나오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중국 문화 특성상,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나 생활 모습이라고 인정할 수도 있지만, 내가 가품을 구매하지 않았는데 짝퉁이 오는 상황은 난감하다.

베이징 짝퉁시장, Photo by Mollie



개인적으로 이미테이션을 살 바에는 저렴해도 진짜 브랜드를 사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중국의 짝퉁 물건을 선호하지 않는다. 중국어 학원에 다닐 당시에도 중국인 선생님은 "타오바오에서 음식 사지 마세요. 가짜 식품이 올 수가 있어서, 저도 안 사요."라고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식품은 그나마 정품을 판매하는 '징동'에서는 구할 수 없어서 수입 식품을 구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타오바오를 이용하기도 한다.


쇼핑이 필요할 때, 가끔 매장에 갈 시간이 안 나거나, 물건의 다양성으로 인해서 온라인 쇼핑을 할 때가 있다. 보통의 소소한 브랜드나 스포츠 브랜드의 양말, 모자, 티셔츠 등을 구매했는데, 정식 온라인 몰처럼 물건이 전부 브랜드 로고가 박혀서 주문을 했는데, 막상 도착하면 웃음이 나오면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


누가 봐도 그냥 목 뒤에 태그를 만들어 낸 글씨, 사진과 다른 스펠링, 또는 모양과 질감이 너무 똑같은데, 안에는 전혀 다른 읽을 수도 없는 문자의 글씨가 쓰여있는 물건들이 올 때가 있다. 그러면 또 반품을 해야 하니, 당장 필요해서 주문을 했는데 다시 물건을 찾아서 주문을 해야 하니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어쩔 때는 귀찮아서 그냥 착용할 때도 있다.


재질이라도 좋으면 괜찮으련만, 양말이 몇 번 빨지도 않았는데 보풀이 일어서 일회용 양말이 된 적도 많고, 대놓고 버젓이 온라인 매장에서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속여서 팔 때는 솔직히 좀 짜증이 난다. 그래서 웬만하면 온라인 쇼핑도 잘 안 하게 되기도 하고,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진짜를 사면서도 이게 정말 정품인지, 아니면 정말 똑같이 재현한 정품으로 둔갑한 가품인지 못 믿을 때가 많다. 매장에서 제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라면, 짝퉁의 천국 중국에서는 사고도 찝찝할 때가 참 많았던 것 같다.

이전 16화 고요 속 외침, 만리장성 대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