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보고 들어간 유행에 뒤떨어진 부부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되니 아무래도 한국 소식에 많이 둔감하다. 더군다나 최신 유행과는 전혀 거리가 먼 아날로그 세대라서 그런지 요새 어떤 음식, 카페가 유명한 지도 잘 모른다. 집에서 마시던 돌체 앤 구스토도 중고로 정리하고, 한국 카누(KANU) 인스턴트커피만 마시다가 요새는 일리(illy) 드립 커피를 주로 마시고 있다.
중국에서도 예전에 자주 가던 카페, 혹은 주로 배달해 먹던 커피는 루킨 커피(luckin coffee), 코스타커피(COSTA COFFEE), 스타벅스(Starbucks)가 전부였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팀홀튼(Tim Hortons)과 라테가 맛있고 부드럽다는 매너커피(Manner Coffee), 피츠커피(Peet's COFFEE)까지는 경험을 해봤다.
왕푸징의 거리를 걷다가 새하얀 깔끔한 인테리어와 간판에 웬 퍼센트(%) 기호가 중앙에 딱 박힌 모습을 보고, "여기는 어디지?"라며 유행에 아주 뒤떨어진 40대 부부는 홀린 듯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부 인테리어 또한 절제된 깔끔함과 단순함과 새하얀 화이트톤이 커피 한 잔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아쉽게도 나는 반강제적으로 라테를 끊은 상태이고, 남편은 아메리카노만 먹어서, 라테는 맛보지 못했지만, 여러 전시된 원두들만 봐도 좋은 원두를 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메뉴판을 보니 밴쿠버 라테,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카페라테, 스패니시 라테, 교토 라테, 아메리카노, 다크라테, 마차라테, 레모네이드, 레모네이드 스파클링 등 한눈에 봐도 라테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라테 맛집 같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마차 아이스크림이 떡하니 사진으로 전시된 모습을 보고, 나는 커피 대신 마차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며 매장을 구경하며, 동굴 속에서 갓 나온 원시시대의 느낌처럼 매장 탐방에 눈이 돌아갔다.
텀블러와 우산도 잠시 살까 말까 망설이게 했던 순간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인테리어 콘셉트 때문인지 번호판이 없어서 계속 영수증을 들고 주문한 오더 제품을 확인하러 수시로 종업원에게 가야 하는 점이었다. 그래서 주변을 서성이거나 앉아있는 손님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창가를 제외하고는 일반 카페처럼 테이블이 없는 점이 신기했다.
드디어 맛본 퍼센트 마차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굉장히 진하고 걸쭉한 아이스크림이었다. 하겐다즈처럼 달지 않고, 진한 차향과 꾸덕함이 매력적이었던 아이스크림으로 꽤 괜찮았다. 남편이 주문한 아메리카노는 나한테는 너무 강렬한 쓴 맛이었지만, 남편은 스타벅스보다 맛도 진하고 기분 좋은 향긋한 커피 향이 코를 찔렀다며 굉장히 만족해했다. 시골 사는 노부부가 젊은 문화를 접하고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퍼센트 아라비카(% ARABICA)는 홍콩, 일본, 뉴욕, 런던, 파리 등지에서 유명세를 시작으로 한국에서는 1호점으로 스타필드 코엑스몰점과 한남동에 샵인샵 형태로 매장을 운영 중인 카페였다. 베이징 지도에서 검색해 보니 현재 10개의 체인점을 운영 중으로 사회주의인 중국이지만 시장 경제가 규모가 크다 보니 해외 브랜치에 대해서 자본 투자가 많이 되는 것 같다. 인구가 많으니 팔리는 커피 수도 어마어마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