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보고 들어간 우육면 맛집, 라오장 우육면
와, 춘절은 춘절이었다. 시내에 딤섬 먹으러 갔다가 차도 밀리고 차도도 막아놓고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를 보고 주차할 곳을 못 찾아서 먹기를 포기했다. 원래 지하철을 타고 가려고 했으나, 그것도 쉽지는 않아 보이는 지하철 출구와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이는 모습들로 그냥 이곳을 빨리 탈출해야 했다. 유명해 보이는 마라롱샤집의 대기부터 베이징을 즐기는 사람들과 달리, 웬만해서는 밀리지 않는 베이징 도로에서 가만히 차에 갇혀 앉아있는 건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이다.
한적한 몰로 이동하여 추위를 녹여줄 따뜻한 국물을 찾다가 벽에 붙어있는 사인들이 가득한 액자를 보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사람은 재키 챈, 성룡뿐. 그런데 알아볼 수 없는 중국어들 사이에 한글이 떡하니 보이는 게 아닌가? 송. 지. 효! 사진을 보니 하하와 양세찬 등 런닝맨 멤버들의 사인이 걸려있었다. 언제 베이징에 방문하여 체인점 중의 한 곳에서 먹은 게 아닐까 싶어서 우리도 그냥 들어갔다.
밀이 전병인 중국 북방 지역에서의 면요리는 웬만한 식당에 들어가면 다 맛있는 것 같다. 물론 우리는 늘 클래식한 우육만과 여행 중에 탄탄면 정도만 접해봤다. 이곳의 이름은 '라오장 우육면, Lao Zhang Beef Noodle'이다.
북적한 시내와 달리 바로 앉을 수 있는 소박한 식당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메뉴판을 보고 아들은 돈가스 세트와 흡사한 메뉴를, 남편은 클래식 우육면을,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남편 따라서 같은 메뉴를 시켰다. 토마토 베이스 육수의 우육면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무난한 메뉴를 고르고, 사이드 메뉴로는 또 춘권과 콜라도 시켰다.
우리가 주문한 우육면은 45 rbm 짜리였고 아들의 메뉴는 36 rmb, 춘권은 22 rmb, 생맥주 500cc 잔에 담긴 콜라는 16 rmb였다. 음식을 기다리며 모니터를 보는데 런닝맨 멤버들이 우리가 시킨 것과 비슷한 메뉴를 먹으며 극찬을 하는 영상이 계속 플레이되고 있었다. 하하, 양세찬의 자막에 이 지금까지 먹었던 육수 중에 가장 깊고 맛있다고 쓰여있으니 더 맛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런닝맨 멤버들과 마치 함께 먹는 기분이라 중국 속의 한국 같은 느낌이었다.
드디어 우육면이 나오는데, 와, 색깔부터가 보통이 아닌 듯한 진한 색과 향도 우리가 싫어하는 중국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는 구수한 향이었다. 남편부터 먹어보는데, 면도 맛있고, 국물도 끝내준다며, 고수를 싫어하던 나도 고수도 포함하여 정말 국물까지 다 마셨다. 수제 버거집을 뒤로하고 중국 식당에 왔다고 툴툴대던 아들도 우육면을 따로 덜어줘서 맛보더니, 맛있다고 계속 달라고 하고, 배고프면 1그릇을 더 시키기로 했다. 아들이 시켰던 돈가스는 일반적인 고기 식감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런대로 그릇을 싹 비웠다.
그동안 중국 살 때는 중국 음식 먹어보자고 하면 그렇게 손사래를 치면서 싫다고 하다가 갈 때가 되니, 이제야 서서히 맛들리는 중국 음식의 세계에 빠져들어가는 것 같다. 와이마이로 시켜 먹으면 이 맛이 안 날 것 같고, 몇 번 더 먹어보고 떠나야겠다. 집에 와서도 또 생각나는 담백하고 진한 맛이다. 이름 모를 내가 좋아하는 야채가 또 육수에 퐁당 빠져있고, 고기와 야채와 탄수화물과 따끈한 국물의 조화가 예술이다. 아, 또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