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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Oct 02. 2024

중국 베이징 주재원 어떤가요?

중국 주재원으로 살아보고 느낀 장단점

어쩌다 보니 남편은 중국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았고, 우리 가족은 베이징이란 도시에서 6년을 살게 되었다. 6년이 지나도 중국어는 팅부동, 칸부동(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다.)이고 맛집도 부주 따오(몰라요.), 중국 음식도 뿌하오츠(맛이 없다.)였다. 그냥 거주지만 중국 베이징으로 바뀌었을 뿐, 삶의 방식과 태도는 한국에서 살던 모습 그대로 살고 있었다. 멋모르고 남들 눈치 보고 살던 초기 시절과 달리, 점점 내 맘대로 내 의지대로 사는 남들이 볼 때는 '말 안 듣는 주재원 와이프'로 살아왔지만, 기본적인 중국 베이징 주재원의 삶의 베네핏은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우리의 중국 주재원 발령은 갑작스럽게 오게 된 케이스라, 해외 생활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고, 한국 사람이 살기 편한 곳은 내 나라임은 분명하지만, 오랜 시간 해외 생활을 하면서 우리 가족의 삶의 가치관에도 큰 변화를 가지고 왔고, 주재원으로서의 달콤함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해외살이든 중국살이든 어떤 인생이든, 그 삶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너무 개인적인 취향이라 뭐가 좋고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해외살이 자체가 맞는 사람, 고국이 그리운 사람, 또 중국이란 나라의 기호도 다르고, 이곳에서 각자가 겪는 일, 겪을 개개인의 생활과 남편이 회사에서 겪을 주재원 생활, 또 아이와 엄마가 겪을 국제학교에서의 생활 등 정말 천차만별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내가 느낀 중국 주재원 생활의 장단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중국 주재원의 장점이라고 하면, 

1. 일단 한국이랑 위치상으로 붙어 있어서 가까운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코로나 시절에는 가까워도 갈 수 없는 먼 곳이었지만, 지금은 실 비행시간이 2시간도 채 안 되는 바로 옆 나라라서 한국과의 접근성이 좋다. 말이 안 통하는 중국이지만, 같은 아시아고 바로 옆 나라라 그런지 크게 이질적이지 않은 게 한몫을 차지한다. 특히 코로나 이전에는 베이징에서 택시를 타면, 한국 사람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말을 많이 걸기도 했다. 또 이방인이라 어디에 속하지 않아서 자유롭고, 매일이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2. 주재 수당이 붙어서 높은 급여를 받는다.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면 한국보다 높은 급여에 남편이 힘들어도 일할 맛이 난다고 이야기를 한다. 주재 기간 동안 잘만 하면 빚도 갚고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 급여가 한국보다 많으니 저축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그 여유로 인해서 사는 동안 마음까지 너그러워져서 한국에 가족들에게도 용돈을 배로 주면서 일시적으로 고액연봉자가 된 착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씀씀이도 한국보다 커지기도 하고, 한국 음식이나 물건은 프리미엄을 붙여서 사야 해서 그만큼의 지출되는 비용이 더 있긴 하다.


3. 주재원 가정에게는 집, 차, 의료비가 회사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지원이 된다.  집주인과 계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관리비를 안 내기도 하고, 차는 회사에서 주는 차를 이용하니 차 보험료도 낼 필요가 없어 고정적인 월 지출료가 한국보다 많이 줄어든다. 중국에서는 언어가 유창하지 않다면, 로컬 병원을 이용하기 가 쉽지 않아서 보통 외국인 병원을 이용하게 된다. 병원비는 물론 사악하고 만족도는 낮지만, 그래도 한국인 코디네이터가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영어 번역으로 진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4. 아이의 국제학교 학비가 지원이 된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주재원으로 나오게 될 경우에 아이의 교육적인 부분에서는 가장 큰 메리트인 것 같다. 회사마다 정한 범위 내에서 국제학교 학비가 지원되고, 아이는 국제학교 경험을 통해서 외국 학교의 교육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의 국제학교 학비는 높은 편이라서 지원금이 있어도 비율이 낮으면 급여에서 충당해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해외 특성상 사교육을 또 절감하는 분위기라면 교육료도 많이 아낄 수 있다.


5. 중국은 전기료, 가스비, 수도세 등 유틸리티도 저렴한 편이라서 여름에 각방에 설치된 에어컨도 시원하게 들고, 우리 같은 경우는 겨울에 라디에이터 난방비도 직접 내지 않아서 거저 사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에서 전기차를 타면서도 회사에서 충전을 하고 오니, 주말을 제외하고는 전기 충전을 할 일도 없어서 마트 물가와 소소한 쇼핑을 제외하고는 부대적인 비용이 많이 줄어든다.


6. 한인타운과 한인 식당, 반찬가게 등의 한인 인프라 상권이 잘 갖추어져 있고, 야채와 과일 등이 베이징이지만 여러 종류의 열대 과일을 맛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야채와 과일의 장바구니는 부담이 적은 편이다. 중국에서는 과일을 볼 때 정말 손 크게 주문하고, 과일을 원 없이 먹었던 기억이 나고, 밥 해 먹고살기에 한국인은 먹고살 걱정은 없는 편이다.


7. 징동과 타오바오 등 쇼핑 천국이자 배송이 뛰어나고 편리하다. 징동과 타오바오를 경험한 사람들은 흔희들 개미지옥에 빠진다는 소리를 한다. 물건 추천부터 시작해서 사회주의지만 수입 물건에 제한을 많이 두지 않아서, 좋은 수입 제품도 많은 편이다. 쇼핑과 직결되는 배송 또한 빠르고 배송료가 저렴하다. 우유 한 팩, 계란 한 판은 물론이고, 마트 배송, 커피와 베이커리, 약, 화분 등 작은 물건도 저렴한 배송료로 빠르게 배송되는 시스템으로 배송은 정말 최고이다.


8. 인건비가 저렴하여 가정부 아이(阿姨, Ayi)의 인건비가 저렴하다. 아이는 집안 청소, 음식 또는 아이를 돌봐주는 이모님인데 가격이 저렴하여 한국 주재원 와이프들도 많이 이용하는 편이었다. 장도 봐주신다고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도우미 아주머니 가격이다. 이처럼 사람이 하는 서비스적인 일의 가격이 아직까지는 많이 저렴하다.



중국 주재원 가족생활의 단점을 꼽자면,

1. 중국어를 못하면 살기가 불편하다.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간단한 영어 단어도 못 알아듣기에 중국어를 모르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우리 역시 중국어를 잘 모른 채 번역기에 의지한 채, 니하오와 씨에씨에로 버텨 살아왔지만, 중국어를 몰라서 답답한 경우가 꽤 많았다. 중국어를 배운다고 해도 성조가 조금만 다르면, 전혀 못 알아듣는 중국인과의 대화를 경험하며 중국어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기도 했다. 중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점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쉽다.


2. 공기가 안 좋다. 한국에서는 공기질의 수치가 100만 넘어도 난리법석을 피웠는데, 이곳은 200은 좀 되어야 "좀 안 좋네."라며 공기질에 대한 부분을 많이 내려놓았다. 특히 봄에 황사가 불면, 200이 아니라 300-500, 또는 1500 이상이 될 때도 있고 마치 사막 같은 모래바람 맛을 맛본다.


3. 물이 석회질이다. 이건 미국이나 기타 유럽도 마찬가지지만, 정수 필터를 해도 석회가 걸러지지 않고, 음식용 정수기는 따로 설치를 해야 한다. 설거지도 헹굼물은 정수기로 헹구다 보니 설거지를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샤워기와 수전 부위에도 하얗게 굳은 석회 가루를 쉽게 볼 수 있다. 


4. 공기가 많이 건조한 편이다. 피부, 특히 나는 눈이 엄청 건조했다. 여름을 제외한 봄, 가을, 특히 겨울에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면 눈이 급속도로 건조해져서 시력 저하가 오고, 중국에서 지내는 동안에 눈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한번 생긴 눈의 문제는 계속 지속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 건조함이 피부로 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 


5. 병원 시설이 열악하다. 해외살이의 최대 단점 중 하나인 병원 시설이 중국 역시 제한적이다. 언어가 안 되면 비싼 외국인 병원을 가게 되고, 가서 검사를 하나라도 하게 되면 병원비 폭탄을 맞게 된다. 그래서 자잘한 병은 소수의 한인이 운영하는 한의원에 의지하게 된다. 정말 아프면 한국에 한번 다녀오는 게 훨씬 나은 것 같다.


6. 사회주의라서 약간은 폐쇄적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외국인으로 살기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코로나 시절에는 모두가 하나가 되고,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통제를 따라야 하는 사회주의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았다. 우리의 여권과 개인정보는 이미 털렸다고 생각하고, 나의 여권이 나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7. 중국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 우리는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족이라, 아직도 중국 음식에 대한 친밀감을 갖기 못했다. 따라서 외식을 하러 나가려고 해도 늘 먹고 싶은 음식이 없어서 패스트푸드를 많이 이용했다. 중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또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여러 장점과 단점들이 많겠지만, 내가 가장 피부로 와닿는 점들을 적어보았다. 물론 우리 가족의 중국 체류 기간 동안, 아이는 "나는 학교만 좋아." 남편은 높은 급여와 아이 학교, 그리고 값싼 물가와 쇼핑 천국을 좋아했다. 나 역시 긴 해외 생활을 통해서 조금 더 나다운 모습을 찾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어, 또 해외살이를 꿈꾸었던 거 보면, 중국 해외살이도 매력은 있는 것 같다.


단 이 모든 건 주재원 가족이었기에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었던 점들이다.


대문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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