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교장 선생님 집에서의 연말 파티

Holiday Party 초대받다

by Mollie 몰리

아들의 친구는 교장 선생님 아들이다. 작년에는 같이 스카우트 활동을 했어도 데면데면했는데, 올해 부쩍 친해져서 집에 초대받고 왕래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친해지는 포인트는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내향적이었던 아들이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는 쿨한 성격 덕에 해외살이의 경험을 제대로 하고 있다. 늘 헤어지기 아쉬운 좋은 인연은 이별을 앞두고 있다.


어제 국제학교의 겨울 방학식으로 오늘부터 3주간의 짧디 짧은 겨울 방학이다. 이미 중국 밖을 벗어난 친구들의 절반 정도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며 과자 파티로 하프 데이를 마치고 집에 왔다.


10일 전, 아들은 친구로부터 자신의 집에서 열리는 Holiday Party에 올 수 있냐는 위챗을 받았다. 그런 자리라면 언제든 달려가는 아들은 초대해 줘서 고맙다며, 생소한 Holiday Party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뭐 준비해갈 거 있어?

응, 집에 있는 물건 중에서 네가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 하지만 다른 사람은 원할 수 있는 물건 2개를 따로 포장해 오거나 종이백에 넣어 오면 돼.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아들은 이해하지 못해서,

Huh?라고 보냈고, 친구는 다시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저 메시지만으로도 초대받지 않은 엄마인 나는 설레고 흥분된다. 뭔가 선물 게임을 하려는 모습이 상상되고, 아들과 어떤 물건을 챙길지 찾기 시작했다. 급한 성격 탓에 귀임한다고 웬만한 물건을 이미 다 팔고 정리하기도 했고, 외국인들이 어떠한 물건을 원할지 선택이 어려웠다. 결국 거의 읽지 않은 새 영어책 한 권과 귀여운 열쇠고리를 찾아서 포장을 했다.

아이가 챙겨간 2개의 선물, Photo by Mollie


최근에 생일 파티에 초대되어 다녀온 으리으리한 교장 선생님의 집에서의 교장 선생님과의 사적인 만남에 아들은 부끄럽고, 어색하고, 어렵고 쑥스러웠다고 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느껴지는 교장 선생님은 가정적이고 다정하고, 권위의식도 없고,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학교에서처럼 차려입으시는 멋쟁이 신사 같다. 학교에서 연설할 때만 보던 교장 선생님을 집에서 보는 건 한국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일이라 엄마인 나도 데려다주러 오고 가는 길이 낯설다.


파티 전날, 친구로부터 긴 초대장과 비슷한 확인 위챗이 왔는데, 아이가 딱 보더니, 이건 친구가 보낸 게 아니라고, 마지막에 유머를 가미한 "파티 시작은 6시고, 이벤트를 곧 시작할 예정인데, 지각하더라도 영구적인 기록에 올리지는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 문구가 참 교장 선생님다운 멘트였다.

Photo by Mollie

친구는 일찍 와서 놀자고 5시까지 오라고 해서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초대된 멤버가 누군지 모르고, 생일 때 초대받은 멤버인지 상상하며, 오늘 하루 저녁을 즐길 생각으로 갔다. 자전거를 타고 가려다가, 눈이 너무 와서 빙판의 미끄럼길에 칼바람을 맞서며 걸어갔다. 바로 옆 단지이지만, 아이는 길치라, 아직도 동네 방향감각이 없다. 희한하게 늘 반대 방향으로 간다.

위챗에 집 핀 보낼 테니까 끝나면 집 쪽으로 걸어와, 엄마도 걸어가고 있을 테니 중간에서 만나!



보통 9시면 집에 간다고 연락이 올 텐데, 10시가 되어도 소식이 없다. 점점 내 눈은 감기고, 이렇게 까지 늦을 리가 없는데?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뭔가 방해가 될 것 같아서 10시 40분쯤 슬슬 옷을 챙겨 입고, 걸어가면서 언제 끝나냐고 아들한테 연락을 하려고 했다.

엄마! 나 지금 친구네 집 게이트 지나고 있어. 너무 재미있었어! 그런데 친구들만 있는 게 아니라 다 교장 선생님 친구들이었어! 선물도 맞춰봐!

어? 와서 얼른 얘기해 줘!


아들은 그렇게 혼자 집으로 걸어왔고, 자신이 받은 선물이 무엇인지 얘기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거렸다. 스무고개처럼 하다가,

비슷해! 아니! 거의 비슷해!

몰라, 와서 보여줘.


그런데 파티는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친구들끼리의 파티가 아니었다. 초대받은 또래 친구들은 단 2명이었고, 다들 교장 선생님과 친분이 있는 학교 선생님네 가족과 이웃 학교 선생님네 가족이 초대되어서 총 21명의 인원이 파티를 즐겼다. 이웃 학교 선생님의 자녀 중 한 친구도 학교 스포츠 행사에서 만났던 친구라서 서로 안면은 있어서, 또래 남자 애들과 그 동생들 6명이 모여서 그 나라 식의 밥도 먹고, 수다 떨고, 탁구를 장작 3시간을 쳤다고. 이렇게 집에 모여서 건전하게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화가 참 보기 좋다.



어제 파티의 스페셜은 바로 선물 뽑기였다. 항아리에 든 번호표를 랜덤으로 뽑고, 번호 순서대로 선물을 하나씩 고른다. 선물은 바로 개봉을 해야 하고, 다음 사람은 앞사람의 선물을 뺏을 수 있다. 선물의 종류 중 아들이 가장 탐났던 것은 어떤 큰 가방에 쓰지 않는 그릇들이 잔뜩 들어있던 것과 카메라였다. 아들도 처음 보는 선생님들이니 이름은 모르고, 아들은 수염 난 아저씨한테 카메라를 뺏어오고, 같은 학교 여자 친구가 또 그 카메라를 뺏어가고, 아들은 파마머리 아줌마한테 요리책을 뺏기고, 교장 선생님한테 향수를 뺏어오고, 교장 선생님은 아들의 바디 쏠트를 뺏어가고, 아들은 다들 초면인 어른들이지만, 잘 몰라도 함께 즐기니 깔깔거리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보잉 비행기 모형, 보잉 티셔츠, 치즈, 보디 오일, 초콜릿 등 그 많고 많은 선물들 중에 결국 아들 손에 들어온 것은 하나는 친구가 직접 만든 브라우니와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 마스코트였다.

Photo by Mollie

아들이 선물을 개봉하자,

어! 잠깐만! 그거 내가 만든 브라우니야.

초대해 준 친구가 직접 만든 브라우니는 남자아이가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하지? 라며 우리와 또 다른 문화에서 내가 아이가 배웠으면 하는 그런 순수한 감성에, 아이가 이런 걸 경험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오늘 아침으로 커피를 곁들여 아이를 생각하며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저 항저우 아시안 게임 마스코트는 어디에 쓰지?

엄마, 저거 팔면 돼!

저걸 누가 사, 그냥 우리 떠날 때 중국 사람한테 주자.

결국 돌고 도는 선물이 되었다.


아들의 친구 덕에 외국에서나 즐길법한 외국 어른들과의 Holiday Party를 밤늦도록 즐기고 온 아이를 보며, 해외살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대치를 다하고 돌아가는 것 같아서 아깝지 않은, 알찬 하루를 어제도 보내고 왔다. 교장 선생님이라고 하면 '권위적'인 모습을 상상했는데, 나의 40년이 넘는 인생에서 '교장 선생님'이란 단어가 이렇게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숙맥 같던 아들도 두 번째 만남에, 집안을 서성이다가 교장 선생님을 만나면,

과학실에 의자를 교체해 주세요. 높이가 조절이 안 돼요. 라든가, 친구가 이미 아빠한테 얘기했다면서, 너도 자기 아빠한테 이야기해 보라고, 자기들끼리 학교의 확장을 위한 아이디어를 냈던 이야기를 직접 건의해 보라고 해서, 그 이야기도 했다고.

교장 선생님은 웃으면서, 참 재미있는 아이디어네, 생각해 볼게.라고, 아이들의 엉뚱한 말을 또 잘 받아주셨다.


해외살이,,, 힘든 시절도 많았지만, 이런 소소한 추억들을 경험하고 나면 또 떠나기 싫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wanderwoman/36

https://brunch.co.kr/@wanderwoman/4

사진: Unsplash의 Ibrahim Bora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금성으로 떠나는 국제학교 필드 트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