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파랑새 - 제 2화

단편소설

by 몰리

제 2화) 정혜, 엄마의 노래


소년에겐 사실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정혜’. 다른 아이들은 소년에게 눈길도 주지 않거나 괴롭히기만 하는데, 정혜는 달랐다.

항상 소년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느 날 아침 소년은 일찍 등교해서 교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곧 이어 정혜가 학교에 왔다. 정혜가 인사했다. “안녕!”

소년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안녕..”


정혜는 강아지같이 큰 눈망울에 하얀 피부, 웃을 때마다 귀엽게 들어가는 보조개, 늘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소년에 눈에 너무나 이뻐 보였다. 정혜는 반에서 남자 아이들에게도, 여자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매우 많은 아이였다.

소년이 생각했다. ‘아! 정혜와 짝꿍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 정혜도 분명 소년을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항상 소년에게 먼저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언젠가 정혜와 짝꿍이 될 거야..’ 소년은 다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 교실에서 대사건이 일어났다. 소년의 옆자리 빈자리에 정혜가 이사를 온 것이다! 정혜가 웃으며 소년에게 말했다.“여기 앉아도 되니?”

소년은 처음 보는 이 광경에 무척이나 당황한 눈치였다.

정혜가 웃으며 소년에게 한번 더 말했다. “나 여기 앉아도 돼?”

소년이 고개를 숙이고 작게 말했다. “응, 앉아도 돼...”

기적이었다. 모두 소년을 싫어해서 옆자리는 항상 비어 있었는데, 정혜가 자진해서 소년 옆자리로 오다니! 소년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 후로 아이들이 소년을 대하는 태도가 좀 변했다. 더 이상 따돌리거나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 냄새가 난다며 여전히 코를 막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반에서 가장 인기 많고 착한 정혜가 언제나 소년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아이들은 소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했다.

소년은 정혜하고는 다른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어느날 교실에서 소년이 말했다.

“정혜야. 나는.. 자줏빛 파랑새를 만날 거야.”

“자줏빛 파랑새? 그게 뭐야?”

“그게 뭐나면.. 자줏빛이 나는 파랑새..”

“그런게 진짜 있어?”

“아니, 나도 아직 한번도 못봤어.. 근데 실제로 있대.”

“그렇구나.”

“나는 자줏빛 파랑새를 따라서 하늘로 올라갈 거야.”

“하늘을 어떻게 올라가? 바보.”

“하하, 진짜야.”

정혜와 소년은 웃으면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소년은 노래를 불렀다.

“마법을 건 황금마~차를 타고~ 파란 저 하늘을~ 힘차게 날아~올라.”

“쏟아지는~햇살을 눈을 감고~ 느끼며 그대와 손을 잡고 하늘을 날~아가자.”


정혜가 말했다.

“어머 얘 너 노래 되게 잘한다!”

“하하! 이거 우리 엄마가 만든 노래야!”

“우와!”

“노래 좋다!! 너 노래 진짜 잘한다!”

그랬다. 소년은 노래를 참 잘했다.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 받았을까. 소년의 꿈은 자줏빛 파랑새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줏빛 파랑새를 만나면 마을 사람, 반 아이들 모두에게 이야기하는 거였다. 파랑새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그리고 하늘나라로 함께 떠나자고 약속했다고.


소년은 정말로 자줏빛 파랑새를 만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자줏빛 파랑새 얘기는 소년의 엄마가 소년이 더 어렸을 때 항상 해준 얘기였다.

“우리 아가, 콜록콜록. 우리 나중에 꼭 자줏빛 파랑새를 만나자.”

“응, 엄마! 자줏빛 파랑새랑 만나서 뭐할 거야?”

“만나서?”

“응!”

“만나서 얘기도 좀 하고, 콜록콜록. 밥도 같이 먹고, 같이 수다 떨면서 놀다가, 파랑새랑 같이 하늘로 올라가는 거지.”

“하늘로 올라가서 뭐할 거야?”

“하늘에? 음.. 하늘에..”

엄마가 이어 말했다. “저 하늘 동쪽 끝에, 마법사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실제로 있단다. 놀랍지? 콜록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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