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회

뭉게구름

사계절이 있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나라

by 장기혁



여전히 폭염이 물러가지 않고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린다. 에어컨 없던 시절은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주말 아침 강변도로를 달리다 창밖을 보니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예쁘게 여기저기 떠 있었다. 이런 날 산에 가서 사진을 찍으면 멋지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대시보드 온도계가 31도를 가리키는 순간, 이 더위에 산행은 곧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 시원한 집에서 소설책이나 읽자는 쪽으로 의식이 흘러갔다.


그래도 끊임없이 변하며 하늘을 채우는 뭉게구름을 탁 트인 산 정상이나 바다에서 원 없이 바라보고 싶다. 미세먼지 때문에 변화무쌍한 하늘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없는 것이 늘 아쉬웠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 연속으로 파란 하늘에 양털 같은 뭉게구름을 보는 것은 행운이다. 미세먼지만 없었다면 더 자주 노을과 별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한편으로는 일 년 대부분 기간 구름 한 점 없는 중동의 사막이 떠오른다. 미세먼지 대신 모래먼지가 뿌옇게 대기를 감싸며 잿빛 도시 풍경을 만든다. 한여름에는 기온이 50도를 넘나들고, 가로수 그늘도 없어 한낮에는 개미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거리의 삭막한 모습이 떠오른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 한국의 날씨는 아무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덥게만 느껴질까?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사계절이 있어 한국에서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오죽하면 미 해병대가 한국을 전천후 훈련장이라고 했겠는가. 장거리 이동 없이 혹서기, 혹한기, 산악, 상륙, 시가지 훈련이 모두 가능한 이유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의 기후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변화무쌍한 계절이 오히려 축복처럼 느껴진다. 하루도 그냥 흘러가지 않는 한국의 정치 상황과 더불어, 내일의 날씨가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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