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의 길, 사회의 그림자, 연광철이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
몇 년 전, 고음질 클래식 음악 사이트를 찾다가 ‘베를린 디지털 콘서트 홀’을 발견했다. 그 사이트에서 무료로 공개된 베토벤 합창교향곡을 감상할 수 있었다. 2019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 야외광장에서 열린 공연 영상이었다. 뜻밖에 바리톤 솔리스트가 동양인이었고, 이름이 연광철이라는 한국인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는 독일의 레전드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성악가였다. 특히 지극히 독일적인 바그너 오페라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가수로 정평이 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공업고등학교 3학년 때 성악으로 진로를 바꿔 음대에 진학했다는 점이다. 이후 국내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을 한 후 유럽 유학을 거쳐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인 국제무대에 선다. 유럽과 미국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활동했고, 2018년에는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 그의 놀라운 업적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을 즐겨 듣는 나조차 그를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는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했으나, 한국 사회의 학벌주의와 파벌 싸움에 염증을 느껴 사임했다고 한다. 공고와 지방 사범대 성악과 출신인 그는 엘리트 의식에 갇힌 동료들 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기와 견제를 받았을지 짐작이 된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맹활약하는 한국 음악가들이 많다. 오로지 노력과 재능으로 실력을 갈고닦아 살아남은 진정한 프로들이다.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세상을 바꿀 인물이 되었을까? 아마 문제아 취급을 받으며 도태되었을지도 모른다. 학벌주의의 폐해는 세계적인 한국 음악가의 삶에서도 드러난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이 그림자를 자각하고 하나씩 지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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