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깜빡거리는 기억
세월
'가는 세월 붙잡을 수도 없고...'
나이가 들면 한 번씩 넋두리하는 말이다.
나 또한 예외일 수 없음을 느끼고 또 느낀다.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자꾸 기억력이 떨어짐을 몸소 느끼고 실감한다.
젊었을 땐 기억력이 좋아서 몇 년이 지나도 또렷하게 기억을 할 정도였는데,
중년이 되면서부터 조금씩 나빠지더니 노년이 되어서는 몇 시간 전에 있었던 것도
기억을 못 할 때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좀 중요하다 싶은 것은 메모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장을 보러 갈 때나,
무엇을 꼭 기억해야 할 때,
특히 병원을 가야 할 날은 미리부터 휴대폰 캘린더에 저장해 놓고 체크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냥 잊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가끔 가스레인지에 무얼 올려놓고 깜빡하는 경우도 있다.
냄새가 심하게 나면 그제야 아차하고 주방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특히 외출할 땐 확인을 몇 번씩 하고,
깜빡하고 그냥 문을 잠겄을 땐,
다시 들어와 가스 밸브 잠긴 것을 확인하고 집안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외출을 하곤 한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점점 쇠약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면서 가끔은 불안할 때가 있다.
실제로 부모님들의 경우도 그러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나이가 들면 혼자 외출도 못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혼자 나갔다가 집을 못 찾거나 집에 들어오는 번호키 비밀번호가 생각이 나질 않아서 몇 시간씩 문밖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경우도 주위에서 보고 듣게 된다.
문득 부모님들이 하셨던 말씀 중에
"너도 내 나이 돼 봐라. 그러면 알게 될 거다."라는 말이 귓전에 맴돌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몸이 늙어가는 것도 한 해 한 해 다르다.
노화현상으로 얼굴을 비롯하여 손에도 검버섯이 하나, 둘 늘어가고 주름살도 점점 늘어가면서
깊게 골이 패어가기도 한다.
가끔 거울을 볼 때 느끼는 세월의 흔적, 덧없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얼굴을 보면서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다.
그래서 생각한다.
가는 세월 막을 수 없고,
한 해 한 해 더해가는 나이를 안 먹을 수도 없고,
늙어감을 거부할 수 없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살자.
그리고
소중한 세월을 낭비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겁게 즐기며 살자.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낙담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산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생활패턴으로 살아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노력의 차이, 결과의 차이는 분명 있으리라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행복한 삶,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또한 가치 있는 삶을 위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마음 가짐으로 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자연의 섭리 앞에 주눅 들고 서슬퍼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인생을 가꾸면서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한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살다 보면 아름다운 삶을,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